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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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2 14:38

화장실

조회 수 39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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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12시였기 때문에 아침에 조금 여유가 있었습니다.

회장님 댁에서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타면 2시간 정도 걸리는데

8시 47분 기차를 타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회장님께서 역까지 배웅을 해주시고 기차표까지 끊어주셨으니

기차를 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차 안에서 말 못할 사정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생각보다 기차에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이 일요일인데도 굉장히 많더군요.

오슬로 중앙역에 도착하기 전 즈음부터 화장실이 급해졌습니다.

분명히 기차 안에는 화장실이 있을 텐데

눈에 보이는 곳에는 화장실 표시가 없고,

거기다가 제가 창가 쪽에 앉았기 때문에

나가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도착하는 역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밀려들고,

그러니 더 나갈 엄두를 못 내고 하여튼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그때부터 기도가 저절로 되었습니다.

외국인 체면에 혹시라도 기차 안에서 실례를 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고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화장실을 먼저 다녀온 후

회장님 댁을 나서지 못한 저의 성급함도 자책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 공항까지의 40분 정도는

정말로 초인적 인내를 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내릴 때 보니

바로 뒤쪽에 3미터 즈음에 화장실 시설이 있었더군요.

그런데 어떡합니까.

제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나올 수가 없을 정도로 비좁았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을.

공항역에서 내리면서 보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때라도 화장실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기차의 종점이 공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기차는 바로 떠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내린 다음 뛰기 시작했습니다.

에스컬레이트가 아닌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면서

제발 화장실이 가까이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화장실 표시는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화장실로 갔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안에서 청소를 한다고 들어오지 말라고 막아둔 겁니다.

순간 다른 화장실을 다시 찾아가야 할까,

아니면 기다려야 할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정말 다행스럽게도

청소를 끝내고 나오시는 모습이 보이는 겁니다.

그렇게 고비를 넘기고 급했던 일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한 번씩 이런 경우를 겪으면 정말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찌 되었건 그렇게 급한 일을 해결하고 났더니 세상이 달라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비행기가 한 시간이나 연착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개운했던 마음이 다시 흐려졌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한 시간 후에 비행기를 탔지만

비행기 도착 시간도 많이 늦어져서

예수 성심 성당까지 곧바로 가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교회의 새해인 대림 제1주일 주일미사를

16시에 봉헌할 수 있게 되었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아무튼 하루 동안 하느님을 굉장히 많이 찾았던 날이었나 봅니다.

  • ?
    안나 2019.12.06 18:09
    신부님, 노르웨이 왔다 가시면서 고생 하셨네요, 저희는 신부님과 함께 참 좋은시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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