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래도록 미루어 두었던 묘지 방문과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날이 좀 좋아지면 가자고 했던 일이 이렇게 미뤄졌습니다.

아시다시피 함부르크의 11월 날씨는 흐린 날과 비의 연속이기 때문에

날짜를 정하는 일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다행히도 오늘은 오전부터 푸른 하늘이 보였습니다.

11월에 이런 날을 본 게 언제 때의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그 날씨도 오후가 되니 흐려지지 시작했지만

적어도 비는 내리지 않았던 탓에

묘지 방문과 기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Diebsteich에 있는 묘지에 가서

루도비카 자매님의 묘소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성수를 뿌렸습니다.

그 다음에는 만남성당으로 되돌아와서

연령회 회원들과 함께 Ohlsdorf 묘지에 가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Ohlsdorf에서는 지난 11월 2일

위령미사 후에 성수뿌리는 예식은 했기 때문에

묘지를 하나하나 방문해 기도를 드렸습니다.

묘지를 찾아가는 중간중간에는 성가도 부르면서 행렬을 진행했고,

묘지 앞에서는 초를 봉헌하고 주모경을 바쳤습니다.

연령회 회원들과 함께 하니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Ohlsdorf에서는 그렇게 묘지를 하나하나 방문하고

기도를 드리고 났더니 거의 한 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그런 다음 거기서 잠시 커피와 차를 마시고

마지막 목적지인 Öjendorfer로 향했습니다.

가는 여정에는 공사하는 구간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제법 소요되었습니다.

거기다 차 한 대는 뒤따라오다가 중간에 끼어든 차량 때문에

정문 쪽이 아니라 후문 쪽으로 갔던 모양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루치아 자매님의 묘지 앞에서

기도를 하고 성수를 뿌렸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마리아 자매님의 묘지도 있다고 해서

거기도 가서 기도를 하고 성수를 뿌렸습니다.

이래저래 오후 한 나절이 다 지나가 버렸습니다.

밖에서 오랜 시간 있었기 때문에

다 끝난 후에는 근처의 커피가게로 가서 커피나 차를 한 잔씩 했습니다.

저에게 일 년에 한 번쯤은 신자분들의 묘지를 참배하고 기도하는 일은

소중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연령회 회원들이 수고 많으셨습니다.

연령회 회원뿐만 아니라 함께 기도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연령회 회원들뿐만 아니라

젊은 분들도 함께 했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아이들에게도 묘지를 참배하고 기도하는 분위기가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묘지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선종하신 분들을 함께 기억하고 기도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기도로 하루를 보내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