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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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1 20:05

목요일 미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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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는 제가 미사 준비를 합니다.

전례봉사자가 없다기보다는 제가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없는 성당에서

제대 천을 벗기고 제대 위에 제구들을 하나둘 가져다 놓으면서

예수님을 위한 작은 정성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도 이야기를 드렸지만

갖추어져 있는 제대에서 미사를 시작하기보다는

이렇게 준비를 하는 과정이 제게는 묵상에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준비를 하면서 복음에 대한 묵상도 하고,

또 잠시 기도를 드릴 수도 있는 유익한 시간입니다.

사실 준비를 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닙니다.

조금만 신경 써서 몇 분이면 끝날 일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순간이 일이라기보다는

영적으로 풍요로워지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신자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성당도 아닌 경당이라는 작은 곳에 감실을 두고 있는 것은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평일미사가 지속적으로 있고,

감실이 있는 성당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감실을 따로 두는 것이 신자들의 유익을 위해서는 더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함부르크 대주교님께서

저희 만남성당에 감실을 허락해 주신 일은

굉장히 크게 양보를 해주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가끔 성당 안뿐만이 아니라

그 옆에 감실을 모셔두는 작은 방을 마련해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곳은 소위 ‘지속적인 성체조배회’를 위한 기도의 방입니다.

감실이 모셔져 있는 곳은 거룩한 곳입니다.

저희는 감실이 모셔져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는 식사의 경우에는

그곳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감실이 모셔져 있는 곳은 기본적으로 기도하는 곳입니다.

예수님의 성체 앞에서 묵상하고

예수님의 생애를 관상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제가 언젠가 말씀드렸지요.

그렇기 때문에 감실을 통째로 들고 간 어떤 도둑이

감실을 빌미로 거액의 돈을 요구한 일도 있었습니다.

적어도 그 도둑은 가톨릭교회에서 감실이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알고

그렇게 나쁜 일을 벌였던 것이겠지요.

아무튼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 사건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성당 안에서 어떤 사고가 나게 되면

제일 먼저 우선적으로 살펴야 하는 것이 바로 감실입니다.

그 정도로 감실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감실을

우리 만남성당에서는 모시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생각 같아서는 매일 신자분 한 분 씩 돌아가면서

한 시간 씩 성체조배를 하면 더 좋겠지만 그건 저의 너무 큰 욕심입니다.

아무튼 어머니가 계실 때는

매일 아침 거기서 기도를 하셨으니 예수님께는 조금 덜 미안하더군요.

그런 감실 앞에서 미사 준비를 할 때면 잠시나마 행복합니다.

그리고 더없이 자랑스러워집니다.

목요일 미사 준비는 그래서 짧은 시간으로 긴 여운을 주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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