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가 만난 세상은                        (김 진호   프란치스코)

 

동시에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내년에 맞이할 생일날 축하의 인사를 받았을 때의

상황들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아직도 까마득히 먼 1년이란 긴 시간이 남아있는데도 뚱딴지같은 자신의 행동이 너무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짧은 순간에

너무 많은 상황들이 한꺼번에 그려지는 바람에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나를 혼란스럽게 그리고 고독하게 만들고 있다.  어쩜 이는 내 건강문제 때문에 오는 이상한 현상이 아니 일까하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약해져서인지 시도 때도 없이 많은 사건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바람에 마음이 두려워지고 불안해오기에 이 사실을 부인에게 일일이 다 설명하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부인은 빙긋이 웃으며 농담하듯이 전하는 말은 “큰일 났네요! 이제 어쩔 수 없이 당신도 꼰대가 되었네요.”라며

나를 무시하며 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대답을 듣기 위해서 꾹 참아

가면서 아내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는데 “여보!”하고 다정히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아내가 서있는 쪽을 향해 귀를 기울이고 아내의 대답을 기다렸다.  바로 이어

아내가 나에게 전해주는 대답은“당신의 건강문제로 마음이 약해지면서 두려움 때문에 일시적인 공포심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부인의 설명이 특별

하지도 않았는데도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런대도 무엇이 부족해서인지 내 마음은 시원하지가 않고 답답했다.  그런 나의 표정이 이상했던지 부인은 다시 나를 이해시켜보려고 여러 가지 설명과 함께 예를 써가며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다.  부인이 나를 이해시키려고 애쓰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크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인가가 이해될 것 같으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기에 마음만 답답해온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해가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혹은 몇 차례 받은 수술로 아니면 오래전부터 싸워온 파킨슨병 때문일까 오락가락 핑계를 대며 변명을 해보지만 정확한 답은 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해할 수 없기에 혹시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며 머리를 좌우로 돌리며 힘없이 웃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았던 추억들을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바보같이 쓸데없는 공상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나에게 갑자기 찾아오는 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수원교구 가정

사목 연구소에서 실시한 가정상담학교에서 공부하던 순간이 생각이 난 것이다.

심리학 전문가인 황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황 교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식물들까지도 나이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자연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사계절로 나누어 있는 것과 같이 인간도 변해가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지금 내가 변해가고 있는 현실과 같이 사람에게는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로 나누어 변해가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특별히 사람에게는 성장과정에서 부터 늙어가는 과정에 따라 마디로 나누어 변해간다고 한다.  남성의 마디는 8년 마다 나누어 변해져가고 여성의 마디는 7년 마다 변해가는 시기로 나누어 달라진다는 발표가 있다.  예를 들어 남성의 첫 번째 마디인 8세 까지는 자신이 자신을 알아가는 시기인 동시에 학교에 입학하는 시기로 두 번째 마디인 16세 전후해서 위험시기 또는 사춘기라 하고 세 번째 마디인 24세는 성장하는 마지막 시기인 동시에 결혼시기이며 부모가 되는 시기 32세는 학부형이 되는 시기인 동시에 사회에서 진출하는 시기에 거쳐 남자는 40세부터는 늙어가기 시작되며 삶의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라 정리하고 48세 56세 나이에 따라 변해가는 남성의 평균수명은 78세라는 발표가 있다.

이와 같이 여성의 첫 번째 마디인 7세까지는 자신을 알아가는 시기인 동시에 학교에 입학하는 시기 두 번째 마디는 14세 전후해서는 위험한 시기 또는 사춘기라 한다. 세 번째 시기인 21세 ~ 28세 결혼시기이며 부모가 되는 시기 또는 학부형이 되는

시기로 나뉘고 여성은 35세부터 늙어가기 시작하는 시기로 42세 49세 나이에 따라 변해간다고 정리하고 여성의 평균수명은 87세라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여기에서 더 구체적인 설명을 다할 수가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 사실만은 말하고 싶다.  사람을 비롯하여 생명을 가진 모든 생물들은 어느 순간 한꺼번에 성장하고 한순간에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신의 섭리에 따라 성장하는 시기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변해가는 과정도 흘러가는 세월에 따라 변해간다.  그래서 지금 나는 어느 계절에 와 있을까 찾아보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나는 자연의 계절로 계산한다면 겨울철인 인생에 노년기를 살고 있는 것이다.  노년기란 무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인간의 수명을 고려해 볼 때 지금 나는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해야하는 시기에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써부터 몸 상태가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되면서 매사에 조심해야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벌써 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조심스럽고 민망스럽지만 언제인가부터 앉아 있다가 일어서는 동작에서부터 보고 듣고 생각하는 모든 행동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느끼고 경험하고 있다.  이와 같이 몸과 마음이 변해가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은 누구도 피해갈 수가 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마지막 시기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