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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0 12:24

2) 내가 만난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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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내가 만난 세상은                                  (김 진호  프란치스코)

 

우리 집 텃밭이 잘 정리되어 있다고 자랑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상추, 부추, 고추, 쑥갓, 들깨, 아욱, 마도, 딸기, 더덕 등의 채소들을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나에게는 커다란 기쁨이다그것보다 더 큰 기쁨을 안겨주는 것은 채소들이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기쁘고 신기하다신기한 것보다 더 큰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은 내가 열심히

가꾸어온 채소들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더 감사하고 싶다.

내가 채소들을 가꾸면서 좋아하고 신기하게 느끼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평상시에 좋아하는 일이기에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사람은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는 지루하거나 힘들지가 않고 늘 기쁘고 행복하다고

한다지금 이 말처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서인지 나에게는 채소를 가꾸는 일이 힘이 들거나 싫증나지 않고 늘 즐겁기에 고맙게 생각한다이렇게 즐겨 일을 하다가 가을에 텃밭을 정리하면서부터 겨울이 지나는 동안에는 할 일이 없어서인지 빨리 봄이 왔으면 하고 기다려진다시간은 세월은 어김없이 쉬지 않고 흘러, 흘러 내가 기다리던 봄을 만나게 한다나는 봄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서 급히 서둘러 씨앗을 뿌려놓고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요놈들이 얼마나 보고 싶은지 마음이 급해지면서 빨리 싹이 트기만을 기다려진다사실 씨앗들은 땅에 떨어져 5~7일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작은 씨앗들은 신기하게도 하나 둘씩 자신의 몸을 터트리면서 눈에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새싹들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새로 태어난 새싹들은 구분하기에도 어렵게 연한 초록색 옷으로 갈아입고 힘없이 비틀대면서도 두 팔을 쫙 펴 올려 기지개를 켜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다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부지런히 자라고 있는 채소들을 보살피고 있노라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며칠 동안 채소들한테 신경을 쓰다가 보니 미처 소개하지 못한 우리 집 초미니 작은 정원이 생각난다잠깐 채소들한테 신경을 쓰다가보니 정원에 꽃나무들한테는 신경을 쓰지 못해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놈들은 시기할 줄도 모르는지 투덜대지도 원망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모습을 자랑하려는 듯이 새잎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이왕에 말이 나왔으니 우리 집 초미니 정원도 함께 소개하고 싶다.

우리 집 작은 정원에는 내가 평상시에 좋아하는 열한종류의 장미꽃과 세 종류의 과일나무들 그리고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와 동백나무 봄의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개나리꽃과 진달래꽃 나무들이 있고 변덕스럽게 옷을 자주 갈아입는 단풍나무와 수국 그리고 소나무 등 봄에서부터 겨울까지 철에 따라 저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성장하며 자신들의 모습을 자랑하듯 폼을 재고 있다뿐만이 아니라 정원 나무들 사이사이 땅속에 숨어 있던 들꽃들도 힘들게 고개를 쳐들며 봄의 소식을 알려 준다여기저기에서 봄이 왔다고 봄소식을 전해주나 했더니만 어느새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한 벗 꽃이 우리 집 정원을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으로 단장하여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받을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뿌듯해오기에 대견스럽다시도 때도 없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고 있는 세월이란 놈은 무엇이 급한지 벌써 5월이 왔다고 장미꽃들도 하나 둘씩 예쁘게 웃으며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노라면 우리가족들과 이웃사촌들에게도 기쁨과 향기를 안겨주곤 한다.

이렇게 장미꽃이 만발할 때가 되면 나는 늘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들 중에 제일 탐스럽고 예쁜 꽃 한 가지를 겪어 부인에게 건네주려면 부인은 꽃을 꺾었다고 야단을 치면서도 꽃을 받아들고 코끝 가까이 끌어대며 향기에 취했는지 눈을 감고 빙긋이 웃으며 좋아한다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 가슴이 뿌듯해오는 이 기분이 나에게는 제일 행복한 순간이다이렇게 정원에 아름답고 화려하게 피어있는 꽃들과 추억을 만들어 가노라면 어느새 꽃잎들이 한잎 두잎 떨어지기 시작하는 모습에 이별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된다그래도 어쩔 수없이 꽃잎들을 떨어지게 하는 자연의 섭리를 지켜보노라면 빠르게 흘러가버린 세월의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내가 이렇게 흘러가는 세월의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어쩜 늙어가는 것이 싫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몇 일전 76세의 생일날이었는데 생각하지도 못했던 많은 분들께서 축하의 인사를 전해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축하의 인사를 받는 순간 고맙다거나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무엇인가를 잊어버렸을 때처럼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내가 나를 이해 할 수없는 이상야릇한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것처럼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바람에 다소 당황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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