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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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6 23:42

이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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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발을 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묘한 버릇 중의 하나가 이발에 관한 겁니다.

아무리 아마추어라도 한국 사람에게 이발을 맡기지

외국인에게는 이발을 맡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스트리아에 있을 때부터 그런 버릇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95년도에 신학생 신분으로 처음으로 그라츠라는 곳으로 유학을 왔을 때,

하루만 거기서 지내고 곧바로 인스부르크로 가야 했습니다.

그때 그라츠에 도착한 것이 22시 20분이었는데

선배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선배님들과 함께 신학교로 들어온 다음

작은 환영식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새벽 1시 경에 잠이 들었는데

다음 날 오전에 선배님이 오시더니 인스부르크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그라츠에는 방학기간이어서 독일어를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았지만

인스부르크 내에 있는 예수회에서 운영하는 신학교에는

주로 외국에서 온 신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학교 내에 자체적으로 독일어 강좌가 있었던 까닭에

선배님들이 미리 신청하여 그곳으로 가게 된 것입니다.

까니시아눔이라고 불리던 그 신학교에는

한국인 유학생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라츠에서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인스부르크 행 기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라츠에서 인스부르크까지는 기차로 6시간 정도 걸리는데

유학 나온 첫 날, 혼자서 그 기차를 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인스부르크에서 3개월 정도 지내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한국인 신부님, 신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저하고 같이 독일어 공부를 들었던 햇병아리 신학생도 3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한국 사람에게 이발을 맡기는 버릇이 시작되었습니다.

군대에서 머리를 깎던 신학생이 있어서

까니시아눔의 이발 담당은 늘 그분 담당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거기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그라츠로 온 후에는 당연히 그라츠 사람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가야 하나 하고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유학 나와 있던 어느 분이 한 번 시도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맡겼습니다.

그런데 이후에도 유학생 중 한 명에게 이발을 맡기게 되는 일이

계속 벌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머리는

머리를 깎는데 관심이 있거나

아니면 시도해 보고자 하는 모든 유학생들의 시험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굉장히 신기했던 건

이발이 필요할 때마다 한국 사람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 상황은 2000년도에 현지인 사목을 위해

오스트리아로 다시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랬으니 현지인에게 이발을 맡긴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여기 함부르크에서도 마침 이발을 해주실 분이 있어서

그분께 부탁을 드릴 수 있게 되어 여기서조차 미용실에 갈 일이 없습니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는 미용실을 간 적이 없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특이한 이력입니다.

어찌 되었건 여기서도 이발을 하는데 도움을 주시는 분이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고마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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