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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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5 20:22

세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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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타 성녀 기념일입니다.

전례부장님의 세례명이 아가타이기 때문에

오전미사 후에 축하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생일을 더 축하하는 경향이 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생일보다는 축일이,

그리고 사제서품일이 훨씬 더 소중합니다.

그런데 신자분들에게서조차

축일보다는 생일을 더 중시하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하긴 그건 사람마다 다 다른 부분이니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솔직히 저의 경우에는 저의 세례명을 스스로가 선택하고 결정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애정이 좀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첫영성체를 받기 위해 교리수업을 듣던 학생들과 함께

저의 성당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들 세례명이라는 걸 가지고 있었는데 저만 세례명이 없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첫영성체를 받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은근히 빨리 세례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례명 중에서 특별히 마음에 와 닿는 세례명이 있었습니다.

같이 교리공부를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세례명이 미카엘이었습니다.

그 친구와 특별히 친했던 것도 아닌데

세례명만큼은 이상하게 친근감이 갔습니다.

그래서 세례를 받게 되었을 때 수녀님께서 세례명을 뭘로 하냐고 물었을 때

오래 고민도 하지 않고 미카엘이라고 대답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스스로 세례명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사실 그때는 미카엘이 누구를 뜻하는 건지도 전혀 몰랐습니다.

대천사라는 것도,

악과의 싸움에서 가장 선봉에 서는 용감한 천사라는 것도

그 이후에 알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저의 세례명은 저의 선택에 따라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니 다른 분들에 비해서 좀 더 애착을 가지게 된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미카엘을 만났습니다.

대부분 미카엘이라는 세례명에 어울리게

성당 일에 열심이고 착실히 신앙생활을 하는 편이었습니다.

물론 간혹 그렇지 못한 미카엘을 만나기도 했지만

많은 경우에 그 세례명에 어울리는 모습을 하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가타 성녀는 시칠리아 섬의 부유하고 권세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일생을 하느님께 봉헌하기로 결심한 성녀는

남자들의 청혼을 모두 거절하였는데

그중에는 권시아누스라는 집정관도 있었습니다.

그는 앙심을 품고 있다가 데치우스 황제가 일으킨 박해 때

아가타가 그리스도인임을 알고 아가타를 체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권시아누스는 아가타의 굳은 신심과 의지를 꺾으려고

‘아프로디사’라는 여자 포주가 운영하는 사창가로 보내기도 했는데

이러한 시도마저 성녀의 굳건한 신앙을 꺾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에 순교하게 되지요.

아가타 성녀의 이름 자체가 ‘좋은’이라는 뜻의 아가토스에서 온 것이니

어질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같습니다.

아가타라는 세례명을 가지신 분들도 어질고 아름다운 분들이 많겠지요.

아무튼 세례명에 걸맞게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신앙인이라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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