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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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8 10:01

에센에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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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의 일요일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합니다.

니더라인 지방공동체에서 미사가 12시 30분에 있기 때문에

에센 회장님 차를 타고 니더라인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미사는 12시 30분부터 있었지만

아무래도 고해성사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 일찍 출발한 것이지요.

저와 회장님, 그리고 미사 반주를 하게 될 청년 한 명과 함께 출발했습니다.

일요일 오전이어서 그런지 도로에는 차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중간에 3차선의 도로가 1차선으로 좁아지는 구간이 있어서

혹시 너무 지체되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들었지만

다행스럽게 그 구간이 그리 길지는 않더군요.

아무튼 11시 10분 쯤 도착해서 고해성사를 주러 준비된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때부터 성사를 주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성사를 보실 분들이 많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셔서

그런 줄 알았는데 미사 전까지 계속 성사를 주기 위해 앉아 있었습니다.

미사 시간이 다 되어서 혹시 성사를 못 하신 분들은

미사 후에 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한 후

미사를 하기 위해 성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성 요셉 성당은 솔직히 저의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대가 성당 중앙에 있는 걸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삼 천 명 정도 들어가는 큰 성당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성당 중앙에 제대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크지 않은 성당의 경우에 제대를 성당 중앙에 만들면

아무래도 집중의 측면에서는 좀 산만해지기 때문에

그리 좋은 건축양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 성당이나 교회(교회도 오래 된 경우에는 성당이었던)를 가면

가끔씩 그런 식으로 지어 놓은 경우를 보게 되는데

저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건축양식이었습니다.

성당 자체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제대의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성당 중앙에 제대가 차지하는 공간도 필요 이상으로 넓었기 때문에

뭔가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긴 교환사목으로 가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니

성당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겠지요.

니더라인 지방공동체는 저희들 지방공동체보다는 조금 더 큰 공동체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흰머리 소년 소녀들이시더군요.

어떤 분들은 미사에 오신 것 자체가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로

노쇠한 것이 눈에 보이는 분도 계셨습니다.

미사 후에 식사 나눔을 하는데

저는 성사를 줘야 할 분이 있어서 조금 늦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하자마자 다시 일어나야 했습니다.

에센에서 4시에 미사인데

성사까지 주는 걸 생각하면 조금 일찍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에센으로 와서 잠시 쉬었다가

3시 10분 쯤부터 고해성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경당에서 성사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도 그랬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성사를 볼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하셨는데

미사 전까지 꼬박꼬박 성사를 주어야 했습니다.

3시 55분에 다시 양해을 구하고 미사를 드리기 위해 제의방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에센 한인천주교회에서 독일공동체와 함께 사용하고 있는

이 성당, 성 미카엘 성당이 이제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에센교구에서 결정한 일이겠지만

이제 성당으로서의 역할을

몇 주 뒤면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는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려니

왠지 서글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성당 이름이 성 미카엘 성당이어서

더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에 에센 한인천주교회는 여기서 1Km 떨어진 다른 성당에서

한인미사를 봉헌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미사 후에도 성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이 몇 분 더 계셨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성사를 하겠다고 오시는 분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성사 후에는 다과를 하는 강당으로 갔더니

이미 많은 분들은 다과를 마치고 가셨더군요.

미사 후에 신자분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인데

그 즐거움은 누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회장님과 저녁을 함께 하고 다시 함부르크로 오는 기차를 타러 역으로 갔습니다.

기차는 역시나 또 연착이더군요.

그래도 그렇게 기다려 기차를 타니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괜시리 마음이 즐거워졌습니다.

에센에서 지냈던 것도 좋았지만 그래도 집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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