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성당에 들어갈 때 성수를 이마에 찍고 성호를 그은 후 들어가라고 합니다. 또 미사 때 신부님이 성수를 뿌리기도 합니다. 성수는 일반 물과 다른 건가요? 최유진(서울대교구 수서동 본당, 20)
 

 

답) 성당에 들어갈 때마다 성수를 이마에 찍고 기도하는 게 번거롭게 느껴졌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성수에는 중요한 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물론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과 비교리스도교인이 외형상 차이가 없듯이, 성수 역시 일반 물과 성분적으로 차이가 없습니다. 종교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제가 축복한 물이기에 신앙적 의미가 있는 거지요. 성수에는 소금을 조금 넣기도 합니다. 부패 방지를 위한 것이지요.

성수는 죄를 씻거나 육체적으로 위험할 때도 사용합니다. 성당에 들어갈 때 입구 성수반에서 성수를 찍어 이마에 바르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주님, 이 성수로 저의 죄를 씻어 주시고, 마귀를 몰아내시며 악의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아멘."이라고 기도하는 것도 이런 의미입니다. 성수는 영화 소재로 많이 쓰이는 구마(驅魔)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주일미사의 시작예식에서 사제 자신은 물론 신자들과 봉사자들에게 성수를 뿌리는 성수예식을 하기도 합니다. 성수예식은 물 축복과 성수 뿌림, 그리고 마침기도로 구성됩니다. 하느님의 축복을 청할 목적으로 뿌리는 것이지요. 이는 회개와 정화의 의미도 포함돼 있습니다. 성수예식으로 세례에 대한 기억과 아울러 신자들의 지속적인 정화와 회개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성수는 사물의 축복에도 사용됩니다. 성전이나 차량 축복식, 가정방문에서도 성수를 뿌립니다.

그럼 '왜 물을 이용할까?' 하는 의문을 들 수 있겠네요. 물은 모든 생명의 기원입니다. 생물의 다산과 풍요에 필수적 요소이기도 하지요. 또한, 더럽혀진 몸과 의복, 도구 등을 닦아내는 정화의 뜻도 있습니다. 이 의미가 종교적으로 심화돼 물로써 죄를 씻어내는 데 사용되는 것입니다.

간혹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성수를 마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수는 종교적 의미를 담은 물이지 약은 아닙니다. 성수를 사용하는 본질을 잊고 그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