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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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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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한국에서는 11월 11일이 빼빼로데이입니다.

완전히 상업적 의미에서 탄생한 날이지요.

일이라는 숫자 네 개와 빼빼로는 닮아 있으니 거기서 착안했겠지만

연인들에게 빼빼로를 선물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이날을 위해서 커다란 빼빼로도 나오니

어쩌면 이벤트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한국 사람들의 취향에

잘 맞춘 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마다 그렇게 빼배로데이를 기념하니

일각에서는 가래떡을 장려하자는 의미에서

가래떡데이라는 걸 만들어 기념하기도 했지만

어제 기사를 보니 가래떡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고 하더군요.

확실히 가래떡데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취지야 물론 쌀 소비를 촉진하고

가래떡도 훌륭한 간식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국형 먹거리 축제로 만들 계획이었겠지만

정작 소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기에는 조금 미흡했나 봅니다.

아무튼 한국에는 발렌타이데이부터 시작해서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삼겹살데이, 빼빼로데이 등등

계속해서 이벤트형 기념일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요즘에는 사귀는 사람들이

지출해야 할 비용도 만만찮은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탓이겠지요.

저도 이제는 그런 기념일은 따라 가지 못합니다.

그만큼 신세대가 아닌 쉰세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살아가면서 “옛날에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저 역시도 가끔씩은 예전 이야기를 더 많이 꺼내게 되는

그런 때가 되었나 봅니다.

지금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추억 속에 있던 기억을 하나씩 끄집어낼 때의 포근함이

아직은 여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지금은 지금의 모습으로 그때는 그때의 아련함으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요?

어쩌면 지금 현재를 너무 늘어진 고무줄처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뒤를 자꾸 돌아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화살처럼 긴장감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안주한다는 것, 그건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평화를 누리고, 여유를 즐기는 삶이 물론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럴수록 점점 게을러지기 때문에 그걸 경계해야 합니다.

한 번 늘어난 고무줄은 다시 탄력성을 회복하기 힘듭니다.

그러다 보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삶에는

때때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날이 추워서 웅크리고,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웅크리고,

늘어진 삶에 취해서 웅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삶의 주체성은 사라지고 흘려보내는 삶만 남을 뿐입니다.

끊임없이 뭔가를 기획하고 계획하는 삶은 쉽게 지치게도 만들지만

그래도 마냥 웅크리게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확실히 삶은 중용이 필요합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게 잘 조절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여전히 그런 것들은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삶에 지혜가 얼마만큼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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