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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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6 19:46

평범하게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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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평범한 삶을 산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고 은총인지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누가 들으면 이렇게 외국까지 나와서 사는 일이

결코 평범한 삶은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삶의 내용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다시 말해서 환경을 가지고서는 평범함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지난 번 동기신부님이 왔을 때도

저는 한국이나 여기나 살아가는 내용 자체가 다르지 않으니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집 밖으로 좀처럼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주로 온라인을 통해서 활동하는 그 모습은

한국에서나 여기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외적인 환경 자체가 저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아프리카나 남미의 오지에 데려다 놓아도

인터넷만 된다면, 그리고 컴퓨터만 있다면 제 삶의 양식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딱 한 가지 저를 가로막는 장애가 있다면

너무 더운 곳은 아니기를 바라는 것, 그것뿐입니다.

아무튼 딱히 달라질 것 없는 평범한 삶을 산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어떤 분들은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에

현기증을 느끼기도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반복되는 삶이라도

스스로가 거기에 만족을 느끼고 행복을 찾으며 살고 있다면

그것 자체가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유명해지면 유명세를 톡톡히 치러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주시하고, 자그마한 행동에도 일희일비하는 팬들이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행동에도 제약이 많이 따르기 때문에

때로는 힘겨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드러나지 않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가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마음껏 할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겠지요.

그러니 저는 유명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흔히 신자분들은 어느 신부님이 주교님이 된다면 영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신부님 중에서 주교님이 되시는 분들은

오히려 보속을 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부님들의 삶은 신자분들의 눈에 띄지 않아도 되지만 주교님은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시선을 생각해야 하고,

교구 내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대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평범한 신부로 만족합니다.

어쩌면 신부가 된 것 자체가 평범함은 아닐 수 있겠지요.

하지만 신부라는 걸 빼고서 제 삶의 내용을 살펴본다면

스스로 굉장히 만족도 높은 내용을 가지고 살고 있기 때문에 저는 만족합니다.

요즘에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유명해지는 신부님들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의 강의는 대체적으로 인기가 있으며 많은 분들이 주시합니다.

그런 신부님들의 삶 역시

비범함이 지니고 있는 만큼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사람들을 위해서 살기 위해 노력은 하겠지만

그저 평범한 신부로서 살아가는 삶,

그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저에게 주신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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