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가 7시 30분부터 시작이 되어

저도 그 시간에 맞추어 나갔습니다.

어제의 여파로 조금은 피곤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비행 자체가 문제였으니 말입니다.

동기신부님과 일행을 이끄는 신부님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분들이지만

함께 온 일행들 중에는 아는 분도 있었지만 모르는 분이 훨씬 많았습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는데

이분들과 앞으로 5일 동안을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래도 일정 자체는 빡빡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난 뒤에는

그라츠교구의 Welthaus라는 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Welthaus는 그라츠교구에서 교구 기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제3세계 원조기관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만남의 기쁨을 뒤로 하고 Welthaus에 갔는데

거기서도 예전에 같이 한국을 방문했던 카린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통역은 그라츠의 한 본당에서 현지사목을 하고 계시는

저희 교구 후배신부님이 하고

저는 일행들 동행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처음부터 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독일어는 후배신부님이 훨씬 잘하지만

통역을 하는 일은 또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 쪽 용어는 조금 생소한데다가

일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후배신부님이

통역을 하기보다는

독일어는 좀 서툴지만 이미 그런 방향으로 한 번 통역을 한 경험도 있고,

그래서 일의 진행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제가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4년 전에도 그리고 2년 전에도

사회복지 쪽으로 통역을 한 적이 있으니 그리 낯설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후배신부님에게는

일상 생활용어와 다른 사회복지 용어가 낯설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냥 편한 마음으로 일행과 동행하면서

간단한 독일어만 통역하면 될 줄 알았다가

다시 나서려니 머리도 아프고 땀도 비 오듯 흘렀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더군요.

오전에는 Welthaus 소개를 하고,

또 Welthaus가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는

일밖에 하지 않았는데도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점심을 신학교에서 먹었는데 몇몇 오스트리아 신부님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심 역시도 조금 긴장을 하고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후에는 그렇게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양로원 방문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안 그랬으면 초장부터 힘을 다 빼고, 그냥 주저앉고 말았을 텐데,

그래도 조금은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