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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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0 21:16

마음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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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4월 날씨 치고는 햇살이 굉장히 많은 날들의 연속입니다.

어느 새, 앙상했던 가지에는

푸른 물이 올랐고

봄을 다투어 피는 꽃들도 주위에선 만개했습니다.

2년 4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처럼 햇살 많은 4월은 왠지 낯선 듯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지만

그래도 해가 온기를 되찾는 낮시간 동안

햇살이 가득 번져가는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이런 날, 알스터 호수가라도 산책하면 더 좋겠지만

그런 일은 제 사전에 없기 때문에

창문 너머로 보이는 그 모습에만 감동을 느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런 날에도 공부를 해야 하고,

근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저는 꽤나 좋은 삶의 터전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사순시기도 막바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비극으로 끝나게 될 예수님의 삶은

요즘 복음에서 계속 사람들과의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말씀을 하셔도 소귀에 경 읽기처럼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

결국 사람들은 예수님을 비극으로 몰고 갑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결국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지 못한 그 우매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육체의 눈뿐만 아니라 마음의 눈도 열려 있어야 하는데

그 눈을 닫고 있었으니

예수님의 모습은 단순히 전통을 거스르고 도전하는

위험한 인물로 비춰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거기다가 괘씸죄까지 더해졌으니 파국은 이미 예고된 것이지요.

저 역시 마음의 눈으로도 볼 수 있도록 노력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결국은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판단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언젠가도 이야기 드렸지만

일주일에 한 번 주일미사 때만 보게 되는 신자분들의 경우에는

미사에 나오시는 것만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스트리아에 살 때는

주임신부님의 경우에 보통 한 성당에 종신으로

소임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신자분들의 속사정까지도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더군요.

물론 그걸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경우는

한 번도 체험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많은 것을 알고 계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한 성당에서 3년에서 길어야 5년까지 있는

한국 신부님의 경우에는

굳이 신자분들의 속사정을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물론 누군가 상담을 한다면 기꺼이 응하시겠지만

먼저 나서서 속사정을 들으려고 하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두 경우를 모두 체험했지만

아무래도 한국 신부님들의 성향에 더 가깝습니다.

집에서의 사정이야 어떻던

성당에 열심히 나오고, 성실한 모습을 보면

‘아, 저분은 굉장히 열심한 분이시구나.’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으면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 함부르크에 오래 사셨던 분들은

서로의 사정에 대해서 저보다는 많이 알고 계시겠지요.

그렇지만 너무 잘 안다는 그것이

때로는 마음의 눈으로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건 마음의 눈으로 보는 연습은

조금 긴 시간이 필요한 연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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