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독일의 4월 날씨는 변화무쌍한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April Wetter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래도 여기에 와서 4월에 눈을 본 적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요.
아침저녁 기온이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이렇게 변화가 심한 곳인데도 나무들은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봄의 기운을 뿜어대고 있으니 정말 자연은 신비롭습니다.
꽃들은 시간을 잘못 맞추어 일찍 피기도 했지만
그래도 날씨가 춥다고 다시 꽃봉오리를 닫지 않는 걸 보면
꽃들 스스로도 이젠 봄이라고 여기고 있는 듯합니다.
세상은 이제 조금씩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아무래도 움츠린 채로 지나기 마련인데
이제는 어깨도 활짝 펴고
눈부신 햇살을 가득히 받아들일 준비가 한창입니다.
그런 점에서 비록 날은 춥지만 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나들이가 많아지고
사람들의 얼굴에도 밝고 환한 웃음이 다시 찾아오겠지요.
일요일마다 주일미사를 봉헌하는 성당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갈 때면 느끼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내려갈 때면
올라오는 사람들에게선 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웃는 얼굴도 아니고, 화난 얼굴도 아니고,
미소를 머금은 얼굴도 아니고, 그렇다고 찡그린 얼굴도 아닌
그야말로 아무런 표정 없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독일 사람들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굳이 독일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올라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고 있었습니다.
간혹 친구들과 장난을 치면서 올라오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면
그저 물끄러미 어딘가를 바라보거나
아니면 잔뜩 생각이 잠긴 듯한 모습으로 올라오곤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라도 자주 웃는 표정을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실실 웃으며 에스컬레이트를 내려가지만
때로는 너무 바보 같은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길을 걸어가는데 무슨 표정을 지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그 무표정한 모습 속에서
삶에 대한 기쁨보다는 마치 억지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날씨가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중충한 날씨, 추운 날씨가 사람들의 마음도 닫히게 만들고
그것이 고스란히 표정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뭔가 잔뜩 비밀을 감춘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느끼게 되어 저는 그저 허허롭게 웃고 맙니다.
날씨는 변화무쌍한데 사람들은 표정이 없습니다.
그 마음에도 봄이 깃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