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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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9 19:56

주님 수난 성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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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준비를 열심히 했다면

주님 수난 성금요일 전례는 더 없이 의미 깊은 전례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제가 거기에 일조를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의미를 조금 퇴색시킨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드는 밤입니다.

확실히 독일어 텍스트는 그냥 읽는 것만 해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노래까지 해야 하니 더욱 답답한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기는 했는데

조금만 더 준비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사실 모국어로 하기도 쉽지 않은 일을

외국어로 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달은 건 있으니 다행입니다.

한 가지, 주님 수난 성금요일 전례의 핵심은 십자가 경배인데

오늘은 십자가 경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십자가 경배는 십자가를 향해 인사만 하면 되는데,

아예 거기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주로 독일신자분이거나 다른 공동체 신자분이 대부분이었지만

개인으로 인해 전례의 흐름이 끊기는 것은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미사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전례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게 개인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면 전례의 흐름은 끊기게 됩니다.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그런 신자분들이 있었습니다.

독서를 하러 올라와서는 아주 천천히 안경을 쓰는 동작을 한 뒤에

독서를 읽으시는 분들 말이지요.

사실 독서를 하시는 분들은 사제가 본기도를 하고 있을 때,

거의 마칠 때 즈음이면 이미 독서대에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마이크의 높낮이도 그전에 조절하고

안경 쓰는 일도 그전에 마쳐야 합니다.

그래서 본기도가 끝나고 사제가 사제석으로 갈 때,

이미 독서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저희들 미사 때도 독서자가 그래도 일찍 올라오는 편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좀 더 일찍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큽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여기 나름대로 전통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지금껏 어떤 이야기도 드리지 않았습니다.

어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 때도

독서자는 독서대에서 안경을 쓰는 불필요한 행동을 보이더군요.

물론 안경을 써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독서자는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선포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선포하는 사람으로서 즉각적인 선포의 준비가 되어 있다가

자신의 때가 되면 곧바로 선포하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친 김에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독서자들 중에는 몇 장 몇 절의 말씀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사실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독서자가 이야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굳이 말씀을 하시려면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콜로새서 말씀입니다."

이렇게만 하시면 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바로 독서의 내용을 읽으면 됩니다.

몇 장 몇 절이라고 하는 부분은 굳이 말하자면 해설자의 몫입니다.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드리자면

독서자는 해설자가 아니라 선포자입니다.

저도 함부르크에 오고 나서 1년간은

복음을 낭독할 때 몇 장 몇 절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때는 정확하게 몇 장의 말씀인지를

신자분들이 좀 더 깊이 묵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했던 것이고

지금은 저도 몇 장 몇 절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주님 수난 성금요일이

더 풍성하고 의미 깊은 날이 될 수도 있었는데

저 하나의 노력 부족으로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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