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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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유교의 풍습인 제사를 지내는 것은 교회 교리에 어긋나는 것인가요?
정태윤(서울 명동본당, 32)

답) 200여년 전 형제님과 똑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순교자인 윤지충(바오로)입니다. 죽은 사람을 위해 술과 음식을 올리고 절하는 행위를 미신이라고 생각한 그는 1791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제사를 지내기는커녕 그 위패를 불태워 땅에 묻어버렸습니다.

이 사건은 엄격한 유교 사회이던 조선에서 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윤지충은 모진 고문 끝에 순교했을 뿐 아니라 가톨릭 신자들이 100년 동안 박해에 시달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제사가 교리에 어긋난다는 당시 신자들 생각은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서양 선교사들 인식에서 비롯됐습니다. 16세기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펼친 몇몇 수도회는 제사를 우상숭배라고 생각했고, 이들 입장은 곧 교황청에도 전달됐습니다. 당시 교황 클레멘스 11세(1715년)ㆍ베네딕토 14세(1742년)가 제사를 미신행위로 규정짓고 금지했습니다. 중국에서 가톨릭 신앙을 들여온 우리나라 역시 이 영향을 받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교회 입장은 200여 년이 지난 후인 1939년, 교황 비오 12세가 중국 전통 의식에 관한 문헌을 발표하며 바뀌게 됩니다. 교황은 문헌에서 제사를 조상에 대한 효성을 드러내는 미풍양속으로 해석하고 허용했습니다. 우리나라 교회 규정을 담고 있는 「한국천주교 사목 지침서」에서도 '제사의 근본정신은 선조에게 효를 실천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뿌리 의식을 깊이 인식하며, 선조의 유지를 따라 진실된 삶을 살아가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게 하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톨릭 신자라고 하더라도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해 제사를 지낼 수 있습니다. 다만 위패에 신위(神位)나 신주(神主)라고 쓰는 것은 금지됩니다. 참된 신은 하느님뿐이기 때문입니다. 각 본당에서 설ㆍ추석에 봉헌하는 합동 위령미사에 참례하거나, 선종하신 분의 기일에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미사(죽은 이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