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프랑크푸르트 한인 천주교회 신부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프랑크푸르트 한인 천주교회도 올해가 50주년이었는데

조촐하게 미사를 봉헌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쾰른과 프랑크푸르트가 올해 50주년,

그리고 베를린과 저희는 내년이 50주년입니다.

쾰른 한인 천주교회 역시 오랫동안 50주년을 준비해 왔지만

지난 6월 말에 조촐하게 봉헌할 수밖에 없었고,

이번 9월 말에 프랑크푸르트는 기념식을 가졌습니다.

저희들은 일단 내년이기 때문에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전망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독일의 각 지역 한인 천주교회가 50년이란 시간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50년 전 지금은 흰 머리 소년소녀들이 되었지만

푸른 꿈을 안고 미지의 나라 독일이라는 곳으로 온 수많은 사람들,

그분들이 어느 새 연금을 받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와 비슷하게 한인 천주교회도 시작되었습니다.

각 공동체마다 저마다 어려움도 있었고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던 때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기쁨과 즐거움이 더 많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되어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경사롭고 행복한 해가 되어야 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공동체의 역사가 깊다는 건 그만큼 뿌리가 깊다는 걸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체가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여전히 공동체에 신뢰를 두고

공동체 안에서의 삶에서 행복을 찾고 있지만

그분들의 자녀들 세대는 솔직히 그렇지 못합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을 따라 아무런 저항 없이 성당공동체 안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겠지만

어느 새 성장하고 부모님의 곁을 떠날 즈음에는

자연스럽게 성당공동체와는 소원해진 자녀들이 많습니다.

직장이 다른 곳에 있어서, 직장생활에 집중하느라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아니면 처음부터 신앙에 대한 강한 체험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50주년까지 오는 동안 공동체는 시간과 함께 나이가 들어버렸고,

그래서 지금의 공동체는 아무래도 젊지 않은 공동체가 된 것만은 분명합니다.

물론 유학을 나오거나 사회생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자발적으로 독일로 오는 분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분들의 숫자는 많지 않기 때문에 각 공동체를 본다면

아무래도 나이가 든 공동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긴 흰 머리 소년소녀가 되어도 열정만큼은 젊은 사람 못지않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50주년이 되었으니

앞으로 100주년 아니 그 이후까지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50년의 시간 동안 함께 신앙생활의 기쁨과 행복을 나누었던 모든 분들에게

평화가 늘 머물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