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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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살아온 신앙생활 ***

 

하루는 지루하지만 한 달은 금방 지나가버리고 또한 일 년도 눈 깜박할 사이에 그리고 십년은 더 빠르게 번갯불같이 지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어느새 내가 독일에서 살아온 세월도 벌써 46년이 지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누구인가의 말이 떠오른다. 세월은 나이에 따라 30살 때에는 시속 30km60살에는 60km로 달리고 80살 노인들의 세월은 시속 80km로 더 빠르게 달리고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렇게 사람마다 나이에 따라 세월이 흐르는 속도의 느낌은 다르지만 세월은 오늘도 쉬지 않고 마냥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내가 오늘 이렇게 세월타령을 하고 있는 것은 내가 살아온 다사다난했던 추억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나를 불러주신 하느님의 큰사랑과 은총들이 마음을 기쁘게 울리고 있다.

사실 나는 언제인가부터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무신론자였기에 신앙과는 아주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에게 지난 75년도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은총의 세례를 받을 수 있는 축복과 영광의 시간을 만날 수가 있었다.

어쩌다가 갑자기 세례를 받았지만 나는 신앙에 대하여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믿음조차도 없었기에 조금은 두렵기도 했었다.

사실 나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본당에서 370km의 먼 거리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교리를 받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교리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엉터리 예비신자인데도 불구하고 본당주임신부님의 특별한 배려로 세례를 받을 수 있는 은총의 축복을 받았는데도 나는 감사하는 마음이나 죄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속이 텅 빈 허수아비 신앙인이었다.

지금 그 순간을 생각해보면 나는 신앙적으로 용서 받지 못할 큰 죄인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벌하시지 않으시고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나를 사랑해주시고 인도해주셨다는 사실을 느끼고 알게 된 것은 세례를 받고 많은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하나씩 체험하게 되었다.

처음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주일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는데도 조금의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성체를 받아 모셨던 엉터리 신앙인이라는 사실도 내가 죄인이었다는 사실도 의식하지 못한 채 주일날 성당을 찾아가는 것조차 하느님과의 만남보다는 동료들과의 만남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주일을 기다리곤 했다. 그런 철부지 엉터리이었던 나에게 "죄"  라는 것을 알게 한 것은 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 죽음이란 두려움 때문에 더 살고 싶어서 다급한 마음에 하느님을 간절히 찾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기회를 만나게 되었다.

결국 이렇게 무서운 공포의 순간을 만나면서 하느님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축복이고 사랑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병원에 방문해주신 신부님의 넓으신 사랑과 기도로 죄의식을 느끼게 되면서부터 나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시간에 신부님께서 찾아오시어 내 손을 살며시 잡으시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고 이유도 모르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손발이 그리고 온몸이 떨려오기 시작하면서 두려움이 나를 무관심에서 깨어나게 했다. 깨어나는 순간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사랑의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어떻게 나 같은 죄인이 하느님과 신부님께 용서를 청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을까 하는 고마운 마음이었다.

사실 나는 고백성사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신부님이 사람의 죄를 용서 할 수가 있느냐고 반항하였던 나에게 오늘 세례를 받고 처음으로 고백성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많이 두렵고 감사하는 마음에서 신부님! 저는 용서받을 수 없을 만큼 큰 죄인입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감히 하느님과 신부님께 말씀 드리고 용서를 받을 수가 있겠습니까?”하고 있는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 손을 꼭 잡으시면서 신부님께서 말씀하셨다. “형제님! 형제님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형제님을 사랑하셨기 때문에 불러주셨습니다. 그러니까 형제님, 두려워하시지 마시고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모두 숨김없이 말씀하십시오!”

신부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두 눈에서 소리 없이 눈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고맙고 두렵고 할 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나 같은 사람도 용서 받을 수가 있다는 사실에 속죄하며 감사드렸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오랫동안 내 이야기를 들으시고 나서 형제님! 성령의 하느님께서는 어떠한 잘못도 다 용서하십니다. 나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형제님의 죄를 용서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이렇게 시작한 고백성사는 거의 한 시간이나 지나갔고 신부님께서 내 머리위에 손을 얹으시고 기도를 하시는 순간 내 온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주님께 굳은 믿음을 약속하면서부터 내 신앙생활에 변화를 느끼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믿음생활은 주님의 뜻대로는 아니지만 조금씩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성숙해가고 있는 것 같다. 가족들과의 사랑에서부터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말씀과 함께 남은 여정을 좀 더 잘 살아가고 싶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신앙선배인 부인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글을 통해서나마 데레사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207월 김 진호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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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 2020.07.06 11:12
    형제님의 신앙생활이 꼭 저와 많은 점으로 닮아있어서 많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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