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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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은 알고 계시겠지만 사제로 서품 받은 지 20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 축하를 해주셨고,

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사제로 20년을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모두가 신자분들께서 열심히 기도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제로 서품을 받았을 때에는

평생 하느님의 봉사자로 살겠다는 결심도 함께 있었지만

살아가면서 그 일은 당연한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좌절의 순간, 실망의 순간, 고통의 순간도 분명 있었고,

자기 자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같은 것도 존재했습니다.

그런 순간들마다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저 혼자만의 힘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그렇지만 축하의 인사를 너무 많이 받은 탓에 괜시리 부담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고

앞으로 더 충실한 삶을 살라는 이야기인 것만 같아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부족하기만 한 자신에 대한 반성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지는 터라

축하 인사를 해주신 모든 분들의 축하가 조금 더 부담스럽습니다.

사실 이제 고작 20년입니다.

얼마나 더 하느님께서 허락해주실 지는 알 수 없지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두 번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살고 있느냐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면

솔직히 조금 부끄럽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최선의 선택을 하고 거기에 따라 행동으로 옮기는 일에

소홀한 점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본당신부님으로 사는 것보다 개인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외국에서의 생활, 사회복지사로서의 생활,

교구의 사회복지를 총괄하는 생활, 그리고 다시 외국에서의 생활,

분명히 본당에서 본당으로 소임을 맡으시는 신부님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한 셈입니다.

저는 저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본당에서의 소임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낸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사제 역시 완벽하고 완전할 수 없으니 그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 모든 것들도 결국에는 하느님께서 채워주시겠지만

아무튼 20년이라는 숫자가 단순히 숫자에만 머무르는 건 아닌 가 봅니다.

축하해주신 분들 덕분에 기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기워 갚기 위해 다시금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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