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굉장히 적은 숫자의 신자분들이 미사에 참여하셨습니다.

어느 청년이 저에게

“신부님, 제가 나온 미사 중에서 제일 적게 온 것 같아요.”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일 수도 있고,

몸이 아픈 사람이 갑자기 많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저는 숫자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미사에 나오고 안 나오고는 신자분들 개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함께 봉헌하는 미사조차 아예 없어졌는데

신자분들이 미사 참례를 하지 않았다고 뭐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무튼 지금의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포나 두려움보다는

하느님을 좀 더 사랑하고자 하는 열망을 지닌 분들이 좀 더 많았다는 점에서

위로를 얻습니다.

한국은 오늘 모든 성당들은 사람이 없는 성당들이 되어 버렸고,

개신교 역시 많은 교회의 문이 닫혔습니다.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감염병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 자체가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독일 역시 감염된 분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함부르크에도 확진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조심하는 방법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대단히 차분하고 조용하게 주일을 보내고 있는 모양입니다.

성당에 미사가 없기 때문에

미사를 봉헌하는 일이 자신의 행복인 사람에게는

조금 고통스러운 일이긴 하겠지만

사람들은 주교님들의 지시에 잘 따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협조가 바이러스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한국의 언론을 보면

지난주 내내 바이러스와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뒤로 하고,

무엇을 잘 했느니, 무엇을 못 했느니 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만큼

기자들의 됨됨이가 전혀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바뀌지 않겠지요.

아무튼 미사에 오신 분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면서

이 어려운 시기를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도드렸습니다.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금물이지만

너무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것도 금물입니다.

이럴 때야말로 균형을 잘 잡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3월 행사는 취소된 행사가 많기 때문에

사목회도 조금 이른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조금은 이득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3월의 시작은 봄처럼 화사하게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은 잿빛입니다.

그런 점에서 봄은 아직 멀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