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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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7 21:18

올빼미형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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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침형 인간이 아닙니다.

보통 자정을 넘겨야 잠을 청하게 되니

오히려 올빼미형 인간에 가까운 편입니다.

그때까지 뭐 하냐고 물으신다면 TV 시청을 할 때도 있고,

인터넷 검색을 할 때도 있습니다.

아니면 컴퓨터 오락을 합니다.

그래도 밤을 새는 건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예전에 한국에서 정말 가슴 아픈 사건 하나가 있었는데

젊은 부부가 컴퓨터 오락을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라,

아기에게 수유를 하지 않아 아기가 아사한 사건이 바로 그 사건입니다.

그 사건 때문에 컴퓨터 오락에 대한 찬반토론이

굉장히 활발하게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컴퓨터 오락이 문제이겠습니까, 거기에 빠져든 사람들의 잘못이지요.

가상현실에서 일어나는 오락에 몰두하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은

어쩌면 현실생활이 너무 팍팍하고 힘겨워서

도피처를 찾으려 하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저도 어떤 특정한 컴퓨터 오락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흔히 게임세계에서 말하는 현질(돈을 쓰는 일)을 할 필요가 없이

그냥 즐기기만 하는 것이어서

기껏해야 전기가 좀 더 들어가겠지만

아무튼 특정한 무언가에 빠지면 거기에 마냥 빠지고 마는

저의 약점을 그대로 노출시켰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렇게 오락을 한다고 해서

제가 도피처를 찾거나 현실생활을 회피하기 위한 건 아닙니다.

그냥 하다 보니 재미가 있어서 계속 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약간의 손해도 생겼지만

그것 때문에 평소라면 전혀 경험하지 못할 일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새벽 2시 30분경이었을 겁니다.

갑자기 바깥에서 “Hilfe Hilfe!” 하는 큰 소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바깥을 내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좀 귀찮았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그 큰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바로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거요?”라는 소리까지 들려왔습니다.

확실히 독일 경찰들은 빠르더군요.

금방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솔직히 무엇 때문에 그 사람이 도움을 청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꿈나라에 있을 그 시간에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정도라면 뭔가 급박한 일이 생겼을 텐데,

저는 그걸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한국이라면 상황이 달랐겠지만

여기서는 누가 도와줄 거야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외면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끔씩 취객들이 소리 지르는 걸 들은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도움을 청하는 외침은 처음 들었는데

저는 거기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순간적으로 얼어붙는 건 아마도 겁이 많아서 그럴 겁니다.

어쩌면 저도 덩치만 큰 겁쟁이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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