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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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9)
 
11. 성경은 하느님과 인간의 공동 작품

1) 성경의 중요성과 어려움
지난 3주간에 걸쳐서 하느님의 계시에 대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당신을 계시하시기 위해서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시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분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성경에 담겨 있습니다(물론 성전에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을 열심히 읽고 묵상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교회는 언제나 성경들을 주님의 몸처럼 공경하여 왔다. 왜냐하면 교회는 특히 거룩한 전례를 거행하면서 그리스도의 몸의 식탁에서뿐만 아니라 하느님 말씀의 식탁에서도 끊임없이 생명의 빵을 취하고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가톨릭교리서 103항).

그러나 성경은 어려운 책입니다. 오늘날 우리와는 상황이 전혀 다른 2천년 전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불과 5백년 전에 우리 조상님들이 만든 “용비어천가”와 같은 책들도 쉽게 읽을 수 없는데, 어떻게 성경이 쉽게 이해가 되겠습니까?

또한 성경은 다루고자 하는 내용 자체가 심오하기 때문에 어려운 책입니다. 일반 책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주제들을 다룹니다. “자녀 잘 키우는 법”, “인터넷 사용법” 등등. 그러나 성경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무척 어렵습니다.

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독서 지도”라는 것을 합니다. 동화책을 읽을 때도 독서 지도가 필요한데, 하물며 하느님에 관해 이야기하는 성경책을 마구잡이로 읽어서는 안됩니다. 성경을 읽을 때도 기본 원칙을 배우고 그에 따라 이해해야 합니다.

2) 기본 원칙 : 성경은 하느님과 인간의 공동 작품
하느님께서는 성경의 저자이시다. “하느님의 계시는 성령의 감도로 성경에 글로 담겨지고 표현되어 보존된 것이다. … 이 책들이 성령의 감도로 기록된 것이고, 하느님께서 저자이시며, 또 그렇게 교회에 전달되었기 때문이다”(가톨릭교리서 105항).

“성경의 저자는 하느님이시다”는 이 선언은 우리 신자들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의문점이 생깁니다. 성경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73권의 책들로 구성된 모음집입니다. 그리고 각권은 그 저자가 다릅니다. 마르코 복음서는 마르코가 썼고, 루카 복음서는 루카가 썼습니다. 그렇다면 성경의 진짜 저자는 누구일까요? 하느님이실까요 아니면 루카나 마르코일까요?

“성경의 저자는 하느님이시다”는 것만을 강조해서 성경 각권을 쓴 인간 저자들(마르코나 루카)을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적은 속기사로 생각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글자 하나까지도 하느님이 불러줘서 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의 성경 이해를 축자영감설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의 성경 이해는 축자영감설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로봇으로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인간을 대화 상대자로 창조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성경 안에 당신의 말씀을 담아 주실 때에도 대화 상대자인 인간들의 자율성을 충분히 존중해 주십니다. 그래서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경을 “하느님과 인간의 공동 작품”으로 이해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성경의 인간 저자들에게 영감을 주셨다. “성경을 저술하는 데에 하느님께서는 인간들을 선택하시고, 자기의 능력과 역량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활용하신다. 하느님께서 몸소 그들 안에 그들을 통하여 활동하시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것을, 또 원하시는 것만을 그들이 참 저자로서 기록하여 전달하도록 하셨다”(가톨릭교리서 106항).

하느님께서는 성경에서 인간의 방식으로 인간에게 말씀하셨기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신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성경 저자들이 정말로 뜻하고자 한 것이 무엇이며, 하느님께서 그들의 말을 통하여 나타내고자 하신 것이 무엇인지를 주의 깊게 연구해야 한다(가톨릭교리서 109항).

성경의 각권은 성경 저자들이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서 기록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내용은 성경 저자가 살았던 시대와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한 성경 저자들마다 개인적인 성격이 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경 저자들은 자신들의 하느님 체험을 다양한 표현으로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예를 들자면 유배 이전에 활동했던 아모스 예언자는 징벌을 선포하였고, 유배 후에 활동한 예레미야 예언자는 용서를 설교했습니다. 각자 다른 상황에서 살았기에 문제 의식이 다르고, 하느님 체험의 내용이 달라집니다.

이처럼 성경이 인간에 의해 쓰여져서 다른 내용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성경 저자들에게 영감을 주신 분은 같은 하느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세부적인 내용과 관점은 다르지만, 모든 성경 저자들은 근본적인 메시지에 있어서 일치합니다. 같은 하느님으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저술했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다양성 속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심판의 하느님을 선포하는 것이나 용서의 하느님을 선포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볼 때는 모순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보면 같은 내용입니다.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양면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랑하기에 용서하시고, 사랑하기에 질책하시기도 합니다. 같은 태양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여러 각도로 꺾이듯이, 하느님의 마음이 인간의 다양한 역사와 상황을 통과하면서 각 성경 저자들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2012년 12월 23일 대림 제4주일 의정부주보 4-6면, 강신모 신부(선교사목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