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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성령의 빛 안에 항구히 머물러야

 

 

엘 그레코의 오순절(1600~1605년 께) 작품.

 

 

예수부활대축일 이후 50일째 되는 날(올해는 5월 11일) 교회는 성령강림대축일을 성대하게 지낸다. 이 대축일은 성령이 사도들에게 내려오시어 교회가 설립되고 복음 선교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요즘 성령을 받았다는 사람들 중에는 교회 공동체의 분열을 해치는 이들이 종종 있다. 심지어는 사목자의 지도를 거부하기까지 한다. 성령강림대축일을 맞아 대축일의 유래와 의미, 대축일을 맞는 신앙인들의 자세 등에 대해 알아본다.

 

그날 그곳에선

2000년전 예루살렘. 사도들은 예수 부활을 직접 체험했다. 하지만 뭔가 2% 부족하다. 유다인들이 무서워 덜덜 떨며 다락방에서 숨어 지낸다. 어떻게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이런 사도들에게 놀랄만한 일이 일어난다.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 앉았다.”(사도 2, 2~3)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요한 14, 16)던 예수의 약속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이제 제자들이 놀랄 정도로 ‘확’ 달라진다. 제자들은 문을 박차고 나가 “예수님은 구세주이시다”“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라고 선포한다. 교회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제 제자들은 더 이상 과거의 제자들이 아니다. 어눌한 말투, 수준 낮은 논리, 자신감 잃은 표정, 죽음에 대한 공포는 온데 간데 없다. 성령의 열매인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갈라 5, 22~23)로 충만한 이들이다. 그날 그곳에서 일어난 일 하나가 제자들을 확 바뀌게 했고, 또 교회를 탄생하게 했다.

 

성령강림대축일의 유래

이스라엘 백성들이 잊을 수 없는, 가장 또렷한 기억 중 하나가 바로 홍해를 건너 이집트를 탈출한 사건이다.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이한 것과 다름없는 기쁘고 기쁜 날이다. 이를 어찌 기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은 매년 이른 봄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축제(과월절 축제)를, 그로부터 50일 후에는 첫 수확을 기념하는 오순절 축제를 지냈다. 이처럼 성령이 강림한 오순절은 본래 보리와 밀을 거두어 들인 후 햇곡식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유다인들의 봄 수확 축제가 열리는 날(탈출 23, 16)이었다. 성경은 바로 이 오순절 때 성령이 제자들에게 내려 왔다고 전한다(사도 2, 1).

그래서 사도시대 이후부터 교회는 예수 부활을 뜻하는 과월절이 지난 다음 50일째 되는 날 성령강림 사건을 기념하는 장엄한 예식을 거행했고, 이것이 정착되어 오늘날 성령강림대축일이 되었다. 참고로 성령강림대축일 바로 다음 주(올해는 5월 18일)는 삼위일체대축일이고, 그 다음 주(5월 25일)는 그리스도 성체성혈 대축일이다.

 

성령강림의 의미

성령을 가득히 받은 사도들은 숨어 지내던 다락방을 박차고 달려 나가 그리스도를 전하고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성령강림은 교회의 존재의미인 복음선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사건이다.

오순절에 사도들에게 내려오신 성령은 이제 교회 안에 머무신다. 그래서 교회를 거룩하게 하시고 종말까지 하느님 백성인 교회를 이끌어 아버지 하느님께 인도하신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747항 참조).

따라서 교회는 성령의 빛 안에서 항구히 머물러야 한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언제나 활기찬 생명력을 간직하고 복음의 진리를 새롭게 선포하고 생활해 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구원의 도구이자 표지로서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제3위로서 ‘성부와 성자의 영’인 성령께서 이 땅에 내려오신 것은 인류가 고대하던 종말론적 기대를 성취시킨 사건인 동시에 교회 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오늘날 신앙인의 자세

지난 1994년 바다에 빠진 이들을 구하고 선종한 고 배문한 신부는 생전에 이런 말을 자주 했다.

“라디오 채널을 돌려 원하는 방송을 찾듯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성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항상 기도와 마음의 안테나를 세워야 합니다.”

성령강림대축일을 지내는 신앙인들은 오늘날에도 생생하게 살아 활동하시는 성령에 얼마나 귀 기울이며 살아가고 있는지 겸허히 돌아보아야 한다.

성령의 섭리에 귀를 쫑긋 세우는 ‘성령께 열려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성령은 우선 ‘진리의 영’(요한 16, 13)이다. 성령은 그리스도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온갖 죄를 들추어내고 정의를 실현하는 분이다. 그러나 성령의 이같은 활동은 세상을 단죄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용서하고 치유하며 구원하기 위한 것이다. 성령은 사람들이 회개를 통해 용서와 구원을 얻기를 원하신다.

또 성령은 ‘생명을 주시는 영’(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735~736항 참조)이다. 그 생명은 썩어 없어질 육적인 생명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는 살아 있는 생명이다. 그 생명 안에 사는 이는 사도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갈라 5, 22~23) 등 성령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단죄가 아닌 정의의 실현을 위한 진리의 수호, 생명 가득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우리는 얼마나 성령안에서 일치를 이루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성령은 공동체를 깨면서 활동하시지는 않는다. 성령은 은사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최근 성령의 은사를 받았다면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일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목자의 지도를 거부하는 사람, 자신의 영광을 도모하는 사람, 금전적 문제와 결부된 사람, 공동체를 깨는 사람, 종말을 이야기 하며 공포감을 주는 사람, 이기적 안목에만 사로잡힌 사람 등은 일단 성령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아야 한다.

세례와 견진성사는 성령을 받는 성사다. 세례와 견진을 받는 신자들은 과연 성령을 모시고 있는가. 또 성령을 체험으로 느끼고 있는가.

과연 우리는 지금 성령의 활동에 귀 기울이며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읽고 있는가. 또한 우리는 과연 성령의 인도를 따라 세상의 불의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고, 나아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함께 하며 그들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우리는 진정 성령의 열매를 간직하고 이 땅에 생명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있는가. 성령강림대축일을 맞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육의 관심사는 죽음이고 성령의 관심사는 생명과 평화입니다 … 육 안에 있는 자들은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영이 여러분 안에 사시기만 하면, 여러분은 육 안에 있지 않고 성령 안에 있게 됩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을 모시고 있지 않으면, 그는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로마 8, 6~9)

 

 

[가톨릭신문, 2008년 5월 11일, 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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