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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삶과 기억으로의 성체성사 첫 영성체

 

지난해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 청년 대회에 참여하면서, 보편 교회 안에서 하나의 믿음으로 기도하며 함께 했던 시간은 지금도 특별하게 하느님이 주신 선물임을 깨닫는다. 그 기간 중, 특별히 인상 깊었던 것이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3박 4일간 홈스테이를 했던 집의 벽에 걸려있던 액자였는데, 그 안에는 화려한 사진이나 성화가 아니라 집주인 형제님의 40여 년 전의 첫 영성체 증서가 들어있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보잘 것 없지만, 성체성사에 참여한 하느님의 자녀들에게는 가치 있고 소중한 그 작은 액자를 보며, 이들에게는 첫 성체성사의 ‘기억’과 그것으로 살아가는 ‘삶’이 있고, 이 또한 폴란드 교회가 지닌 힘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된 의미 있는 순례였음을 떠올려본다.

 

폴란드 출신의 성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재임시절, 성체성사에 관한 두 가지 문헌을 공표하였다. 그것은 회칙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와 교황 교서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이다. 이 두 문헌을 바탕으로 전 세계 교회는 2004년 10월부터 2005년 10월까지의 한 해를 ‘성체성사의 해’로 보내며, 모든 교회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자리가 그리스도의 만찬과 나눔이 이루어지는 현장이고, 곧 삶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교황은 교서를 통해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 이후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이 느꼈던 ‘그리스도와의 만남’과 ‘빵의 나눔’의 신앙 체험과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난 ‘기억’과 ‘감동’을 언급하고 있다(루카 24,13-35 참조). 이는 성체성사가 이루어지는 그 시간은, 과거나 회상으로 국한되어 있는 한 사건이 아니라, 예수님의 현존과 그리스도의 관계가 지금 이 순간에도 실현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늘 참여하는 미사 안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직접 하느님께 바쳐지는 제물이 되어, 우리의 온전한 삶과 늘 새롭게 갱신되는 기억에 함께하신다. 이렇듯, 우리가 늘 참여하는 성체성사는 교회와 우리 자신이 살아가고 존재하는 이유이자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성체성사로 이루어지는 삶과 기억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는가? 성인이 되어서 입문성사를 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그 출발점은 3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이 받게 되는 첫 영성체이다. 그것은 한 예식이나, 성체를 모시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아니라, 온전히 성체성사에 참여하여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함께 나누고, 신앙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디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중요성이 있기에, 각 본당에서는 별도로 첫 영성체 교리반을 편성하고, 기도하는 생활과 습관 그리고 의무적인 신앙이 아닌, 삶으로의 신앙에 대해서 가르친다. 그래서 이 과정을 마친 후 처음으로 성체를 모시는 날은 매우 특별하다. 또한 본당에서는 공동체의 이름으로 첫 영성체를 하는 주일학교 친구들을 축하해주고, 훌륭한 신앙인으로 커 갈 수 있도록 격려한다. 이렇듯 첫 영성체는 성체성사에 참여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의 ‘삶’과 ‘기억’을 돕는 신앙의 시점이기도 하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이 주님을 잃었다는 슬픔과 망연자실함에서 벗어나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예수님은 그들에게 나타나 말씀을 하시고, 직접 빵을 떼어 나누어주시며, 그들의 뜨거웠던 마음을 불러일으키셨고, 그들의 삶을 다시금 돌리시며, 당신에게로 우리를 초대하고 계신다. 이 사건은 오늘도 우리가 지금 참여하고 있는 미사로 실현되고 있고, 그 출발에는 예수님을 처음으로 모셨고, 감동하며 기도했으며 그리고 그리스도 사랑이 우리 안에 있었으며, 우리는 오늘 그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성체성사에 참여하며, 예수님의 몸을 받아먹고, 새롭게 이루어지는 그 기억 안에, 또 우리 삶의 자리에 예수님이 함께하고 계심을 깨닫는다.

 

[2017년 4월 23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인천주보 4면, 최지훈 루치오 신부(청소년사목국 부국장, 유소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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