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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3 10:08

할로윈 풍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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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daum.net/foreign/others/newsview?newsid=20121103120507750&RIGHT_COMM=R8할로윈 풍습이 어느 순간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몇 년 전 쯤부터 가을 이맘때가 되면 대형마트나 상점에 할로윈 특별행사와 관련된 상품들이 넘쳐나고 할로윈 당일날 서울 이태원에는 온갖 귀신 분장을 한 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이태원이야 한국에서 가장 미국적인 곳이니 그러려니 할 수 있겠으나, 유치원, 어린이집, 영어학원 등에서 '외국문화를 몸소 접한다'는 미명 하에 행해지는 할로윈 파티는 부모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문화체험을 통해 언어를 습득하겠다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의 '할로윈 파티'는 관련 기업들이 돈을 벌기 위한 의도에서 벌이는 '데이(day) 마케팅' 중에 하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문화체험이란 그 문화의 단편적인 모습만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의 원형을 이해하고 사회와 공동체 속에서 갖는 의미를 파악하고, 직접 일원으로 참여해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할로윈 행사들은 진정한 문화체험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문화체험과 거리가 먼 한국의 할로윈 행사들
미국에서 온갖 기괴한 가면과 복장을 하고 볼썽사나운 파티를 즐기는 축제로 변질된 할로윈은, 유럽의 만성절(萬聖節)에서 유래했다. 만성절은 영어로 'All Saint's day' 혹은 'Hollowmas'라고 불리며, 기독교의 성인들을 기념하는 날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11월 1일로 지켜지고 있다.

이날은 천국의 성인들이 이 땅에 내려와 신도들의 기도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날로, 가톨릭 신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이날 성인들이 내려오는 시기에 맞추어 천국으로 가지 못한 영혼들이 살고 있던 연옥 문이 열리면서, 그 영혼들이 자기가 살던 집이나 묘에 찾아올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풍습은 전반적으로 켈트족의 문화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기독교적 전통, 그리고 지역의 민속문화 등이 어우러져 각국마다 독특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리투아니아 만성절의 경우, 여전히 깊은 가톨릭 신앙과 유럽 여느 곳에 비해서 눈에 띄게 드러나는 이교도적 전통이 혼합되어 다른 나라보다 독특하고 특별한 형태로 발전되었다.

전통적으로 리투아니아는 만성절 다음 날인 11월 2일까지 이 특별한 축제를 이어간다. 첫날에는 가톨릭 성인들을 기념하고 가족들을 위한 특별한 기도를 하는 반면, 그 다음날은 자신을 방문해줄 조상이나 친구의 영혼을 맞을 준비를 하는 특별한 의식을 가진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만성절 다음날을 벨리네스(V?lin?s), 즉 '영혼의 날'로 부른다. 말하자면 벨리네스는 죽은 이들을 추모하는 축제이다. 이날은 산 사람이 죽은 이들의 무덤을 방문하여 촛불로 장식하는 풍경이 장관을 이루는 날로 유명하지만, 죽은 이들의 영혼 역시 산 사람들을 방문할 수 있는 날로 리투아니아 명절 중 가장 신비하고 의미 있는 날 중 하나이다.

이전에는 만성절과 벨리네스가 명백히 분리되었으나, 요즘에는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11월1일 하루만을 벨리네스로 기념하고 있다. 이날은 리투아니아에서 공휴일로 지정되어있어 대부분의 상점과 식당은 문을 닫고, 학교도 며칠간 방학에 들어간다. 또한 1일과 2일 양일간은 대도시에서는 대표적인 공동묘지를 도는 특별버스가 운행에 들어갈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영혼들과 소통하는 날, 벨리네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 명절을 이미 기독교가 전파되기 이전인 고대시절부터 지켜왔다. 당시 사람들은 사람이 죽을 때 영혼은 육체에서 떠나가지만 그 영혼은 산 사람들을 계속 방문하며 그들과 교감한다고 믿었다. 이런 신앙은 리투아니아 민속에도 많이 남아있다.
전통적인 리투아니아 묘지에는 언제라도 자신의 묘지를 방문할 영혼들을 위한 쉼터로 작은 의자가 마련되어 있고, 혹시 비나 눈이 오는 날엔 몸을 피할 수 있도록 십자가 밑에 작은 지붕도 있다. 그런 전통은 기독교의 상징인 십자가와 이교도적인 상징이 융합된 독특한 모습의 리투아니아식 전통 십자가를 형성하기도 했다.

영혼들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현재 리투아니아어로 11월은 '랍크리티스(Lapkritis)' 즉 '낙엽 지는 달'로 불리지만 이전에는 '영혼의 달'로 불리웠다. 이전에는 지금처럼 묘지에 촛불을 켜는 풍습이 없었다. 대신 한국에서 차례를 지내듯 무덤가에 음식을 차리고 영혼들을 대접했다. 19세기만 하더라도, 단지 리투아니아 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무덤이나 집에 음식을 차리고 혼백을 대접하던 풍습이 있었다.

산업화가 진행되기 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전 조상들이 살던 집에서 그대로 대를 이어 사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집안 곳곳에서 조상들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현재 가족들의 누리고 있는 행복과 평안은 조상들의 은덕에서 온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다. 그러므로 조상의 영혼을 만날 수 있는 벨리네스에는 집안 식구들만이 아닌 조상들을 위한 특별한 식사도 준비되곤 했다.

전통 할로윈에 한국 제사의 모습이?

이날 식구들이 조상의 영혼을 맞이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의식은 한국인이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 제사 풍습과 유사하다. 이날 식사는 언제나 먼저 영혼을 잔치에 초대하고 집안 식구들과 가축들의 건강과 풍작을 기원하는 기도로 시작되었다. 온 집안의 불을 끄고 촛불만을 켜놓는 지역도 있었다. 영혼들이 언제라도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문과 창문을 활짝 열어놓는 것은 기본이었다.

아주 옛날에는 장례식과 벨리네스의 의식을 담당하는 제사장이 따로 있어, 그들 주재로 의식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니스'라 불리던 제사장들은 음식에서 뿜어져 나오는 김이나 창문이나 반지에 비치는 그림자 등을 통해서 그 집에 찾아온 영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벨리네스 저녁의 특별한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함께 부르는 민요를 부르며 영혼을 다시 천국으로 돌려보냈다.
조상의 묘를 직접 찾은 가족들은 무덤가에 차려진 음식들로 저녁식사를 한 후, 남은 음식들은 무덤에 그대로 놔두고 왔다. 그리고 가끔씩 무덤 위를 꿀과 포도주로 뿌리곤 했는데, 촛불을 켜게 된 경위는 무덤에 밝혀진 촛불을 보면 오랜 만에 이승을 찾는 영혼이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요즘 부활절에 하는 것처럼 색칠한 달걀을 무덤가에 놔두곤 했는데, 그를 통해 다음 해에 풍작과 행복을 기원했던 것이다.

이 기간에는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거나 세례 받기 전 세상을 떠난 아기의 영혼들이 창문가를 돌아다니면서 기도를 부탁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벨리네스 전날 밤 입구에 고운 모래를 뿌려두곤 했다고 한다. 만약 그 다음날 그 모래 위로 작은 발자국이 찍혀있다면, 그건 분명히 그날 밤 천사가 된 아이가 집을 찾아온 것이라고 믿었다.
현재는 벨리네스에 이전처럼 무덤가에 음식을 차리거나 영혼을 초대하는 특별한 저녁식사를 하지는 않지만, 조상들의 무덤을 찾아가 묘를 정리하며 조상들의 은덕을 기리고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 더욱 교감하는 날로 남아있다. 돌봐줄 사람이 없는 외로운 무덤 역시 그곳을 지나는 이들이 벌초를 해주고 주변을 정리해준다.

가톨릭 국가들 대부분에 이런 전통이 남아 있지만, 특별히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무덤을 아름다운 촛불로 밝히는 풍습이 남아 있다.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11월의 첫날 저녁 묘지에서 봄날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며 타들어가는 촛불은, 공동묘지를 죽음과 이별의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삶과 교감의 장소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혹시라도 그날 밤 길 잃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그것은 영혼이 하늘에서 보낸 사람일 수 있으므로 무조건 집에 들여 성대히 대접해야했다. 그러므로 그 날만은 주변에 있는 걸인이나 부랑자에게 더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한마디로 할로윈은, 리투아니아 벨리네스 풍습에서 보듯 악마나 귀신들을 섬기는 것이 아닌, 조상들의 은덕을 기념하고 그를 통해 현재 동시대를 같이 살고 있는 가족과 주변 이웃들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명절이라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공동묘지를 장식한 특별한 촛불들

물론 리투아니아 내에서도 점차 미국식으로 할로윈화 되어가는 벨리네스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8월부터 공휴일이 하나도 없는 리투아니아에서 젊은이들에게 벨리네스는 전통적 가치보다는 오랜만에 맞는 공휴일이라는 의미가 더 중요해지는 추세다. 그러므로 벨리네스 전날 시내의 유명 클럽과 주점에서는 호박과 박쥐, 귀신 같은 미국 할로윈을 대표하는 이미지들로 장식된 파티가 열리고, 그런 파티에 가지 않는 젊은이들은 친구들 집에 모여서 귀신이 등장하는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서 가을의 마지막밤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틀 동안 공동묘지를 순회하는 특별버스에는 여전히 전통을 기억하는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로 가득하고 아직도 벨리네스가 가진 의미를 잊지 않고 기념하는 이들이 아름답게 장식한 초들이 묘지를 아름답게 수놓아 가을밤의 또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유럽 내에서도 미국식 할로윈의 모습이 조금씩 침투하고 있지만, 원형의 모습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틈도 없이 분장과 옷만 따라 입는 우리네 풍경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벨리네스 전날에 비가 내리면 다음 해에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벨리네스 당일날 해가 밝게 빛나지 않으면 악운이 내린다는 속담이 있는데, 올해에는 비 한방울 내리지 않고 하루 종일 맑은 날이 계속 되었다. 아마 내년엔 행복한 한해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오마이뉴스 서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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