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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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8 21:36

아픈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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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 때 어느 교수신부님이 사제가 된 후에

무죄한 이들이 받는 고통이나 그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어떻게 우리에게 이러실 수 있느냐고

그 가족들이 원망하고 항의할 때 아무 대답도 하지 말고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눈만 껌뻑껌뻑하고 있으라고 조언하셨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무죄한 이들이 받는 고통에 대한

무지와 겸손의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느님의 눈물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제는 하느님께서 계시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냐는

질문을 가끔 받곤 합니다.

사실 저 역시 그게 정말 궁금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하느님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게 인간의 죄 때문이라고 교리적인 대답은 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그분들의 의심과 원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일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분들을 더 화나게 만들고

교회를 완전히 등지게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명확한 답변보다는 바보처럼 그냥 서 있는 게

그분들을 위로하고 해방시켜주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교회는 어머니의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세상의 죄악으로 고통 받고 희생되는 무죄한 이들 앞에서

교회는 웁니다.

헤로데가 자신의 권력을 빼앗길까봐 두려워 살해한 그 아기들의 어머니들이

울었던 것처럼(마태 2,18) 교회는 웁니다.

하느님께서 울고 계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허약한 하느님을 믿어야 하느냐고 묻겠지만

예수님께서도 당신을 믿지 않고

당신 말씀을 듣지 않는 이들 앞에서 우셨습니다(요한 11,35).

그리고 당신을 죽이려는 음모를 아시면서도

그들을 피하거나 그들과 맞서 싸우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그들의 손에 당신을 내어주셨습니다.

그들도 모두 예수님께는 하느님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것입니다.

십자가 죽음이 예수님의 지상사명은 아니었습니다.

죽음이 그것이었다면 그때 그 아기들과 함께 희생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그리고 그분이 우리를 죄에서 해방시켜주시려고

당신 목숨을 우리에게 주셨는지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여주시고

알 수 없는 하느님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인간의 교만과 죄악에 하느님이 우신다는 걸 보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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