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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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3 20:53

바닥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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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는 바닥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배를 다 만들고 나면 맨 밑바닥에 바닥짐을 싣는다고 합니다.

배를 바다에 띄우기 위해서는 바닥에 얼마간의 무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바닥짐이 없다면 배를 바다에 띄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전에 뒤집히고 만다고 합니다.

우리의 인생을 항해에 비유한다면

이 바닥짐은 인생에 있어서 우리의 중심일 것입니다.

그 바닥짐은, 무겁고 힘들다고 내던질 수 없는 인생의 알맹이입니다.

그것 없이는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 배를 띄울 수도 없고,

항해할 수도 없습니다.

항해하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함께 가야하는 당연하고도 소중한 바닥짐이며

중심입니다.

나의 항해는 어디쯤에 와있으며 배에는 무엇이 실려 있는지요?

항해를 시작하면서 세웠던 선한 의지들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정신을 팔고 있지는 않은지요?

무겁다는 이유로 바닥짐을 내던지고 출렁이는 물결에 균형을 잃고

두려움과 혼란에 빠져있지는 않은지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 세상의 모습은

끊임없이 출렁이는 바다와 같습니다.

한 고비를 넘기면 또 새로운 파도가 우리를 덮칩니다.

이것이 인생입니다.

그러나 소용돌이가 치는 한가운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중심이 있듯,

우리 삶의 가장 깊은 중심에는 하느님께서 계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심중에 품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 소용돌이 치는 물결의 중심에 균형을 잡고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인생의 망망대해에서 무게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바닥짐이 없이는 항해할 수 없는 이치를 알기에

우리는 기꺼이 자신의 짐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남은 항해가 빈 배가 되지 않고 마칠 수 있기를 원한다면,

바닥짐이란 내어버려야 할 짐이 아니라

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살아가야 합니다.

일상의 삶에서 거짓과 불의에 단호히 아니라고 말하고,

가난하고 억눌린 이웃과 함께 하고, 평화를 위해 일하며,

하느님 나라와 그 의로움을 위하여 기꺼이 투신하는 삶이야말로

인생이라는 항해가 빈 배로 끝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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