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듣는 말 중에 ‘존재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연필은 쓰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의자는 누군가가 앉아서 쉬게 하는 존재입니다.

만약 의자가 연필이 되고 싶어 연필이 되고자 한다면,

의자는 완벽히 쓰이지 못하게 될 것이고 또 불행하게 될 뿐일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소명’ 혹은 ‘사명’입니다.

우리의 모습이 완전해지고, 참 행복을 누리기 위한 것,

그것이 바로 소명입니다.

참된 소명을 깨닫고 실행해 나갈 때 비로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참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요한 세례자 성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분의 소명은 바로 예수님에 앞서 그 길을 닦아 놓는 것이었습니다.

구약시대의 마지막 예언자로서 그리스도의 길을

준비하는 사명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요한 성인께서는 그 일을 훌륭히 수행하셨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인의 모습을 사회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는 굉장히 불쌍한 사람일 것입니다.

나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도 어린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았고,

또 그 일을 하다가 목이 잘렸기 때문입니다.

만약 성인께서 이러한 생각을 하심으로써 당신의 사명을 피하셨더라면

목숨은 구했을지라도 참 행복을 얻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완벽히 쓰이지 못하게 된 것이고,

그러기에 불행한 삶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인께서는 그러한 삶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신앙인들의 눈에

그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시고 훌륭하신 분이십니다.

세례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을 구원의 길로 이끌었고,

삼위일체 하느님의 한 위격이신 예수님을 직접 만나 뵙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고, 더불어 그 분께 세례를 베풀 때에

성부의 음성과 성령의 모습을

함께 누릴 수 있는 큰 영예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요한 성인은 자신의 사명을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큰 영예와 영광을 누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에게도 주어진 소명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함부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공동으로 주어진 소명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요한 성인처럼 하느님을 전하는 일입니다.

요한 성인처럼 엄청난 모습은 아니더라도,

삶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이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가정교육을 통하여 전달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다른 이들에게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그 사람이 나의 모습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행동하는 모습 등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니 요한 세례자 성인의 삶을 마음속에 새기며

나 또한 다른 이들에게 하느님을 전할 수 있도록 다짐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