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로그인

2019.05.22 21:13

레지오 팀

조회 수 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 동안 날씨가 굉장히 좋더니 다시 우울해지기 시작합니다.

이젠 5월도 중반을 넘어서서 후반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계절의 여왕이라는 걸 느끼기는커녕

바람 때문에 옷깃을 여며야 할 정도이니

확실히 함부르크의 날씨는 변화무쌍한 것 같습니다.

화요일 오후에 레지오를 하는 팀들이 오전부터 왔길래

어쩐 일이냐고 물었더니 청소를 하는 날이어서 일찍 나왔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레지오 단원이 4명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열심입니다.

예전에 통영 북신성당에 있을 때도

레지오 단원들이 4명밖에 되지 않는 레지오 팀이 있었습니다.

단원들끼리 분위기도 좋고,

성당에서 열심한 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원들 확장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단장님이 자책하듯이

"신부님, 열심히 하는데도 우리 레지오에는 들어오는 사람이 없네요."라고

저에게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단원모집을 열심히 하는데도 새로운 단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아마도 그건 우리 손에 달린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기쁨을 찾으시면 좋겠네요."라는

말씀을 드리곤 했습니다.

어떤 일들은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뚜렷한 결실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실망할 때가 아니라

그래도 열심히 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해야 할 때입니다.

신부님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성당에 부임을 해서

나름대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신자들의 반응은 무덤덤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실망을 하고 더 이상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결국 주어진 현실에만 안주하는 그런 신부님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어떤 시도를 하든지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보기에 좋다고 해서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고,

내가 유익하다고 판단한 일이라고 해서

그것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불편을 자아내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함부르크로 부임한 첫 해에 가족미사를 시도했었습니다.

가족이라는 개념이 꼭 가족에게만 한정하지 않고

성당의 신자들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생각 아래,

서로서로 가족이라는 의미를 두고

그런 가족들이 미사전례에 참여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그걸 이해하시지 못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자신의 가족 이외에 다른 사람들과 한 가족으로 전례에 참여한다는

그 사실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내친걸음이니 일 년은 밀고 나갔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찬양미사로 바꾸었지만

아무튼 그런 결과에 대해서도 크게 아쉬워하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가족미사란 개념자체가 낯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만 확인한 셈이지요.

어찌 되었건 4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단원들 안에서 기쁨을 찾아가고 있는

레지오 팀의 모습이 좋습니다.

하긴 레지오의 제일 우선적인 목적은 단원들의 성화이니까요.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 보다 길고 깊은 안목으로 바라보는 시선,

이런 모습이 신앙인들에게 필요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가입 때 문제가 생기면 박철현 2021.09.13 175
공지 긴급 공지 1 박철현 2020.05.09 321
공지 로그인 하셔야만 보실 수 있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5 박철현 2018.09.09 419
2397 6월의 시작 박철현 2019.06.02 34
2396 합창단 연습 박철현 2019.05.31 42
2395 휴일 박철현 2019.05.30 41
2394 성모님의 밤 박철현 2019.05.30 52
2393 카트 하나의 교훈 박철현 2019.05.28 42
2392 단순함 박철현 2019.05.27 47
2391 찬양미사 후 아가페 박철현 2019.05.26 47
2390 축제 박철현 2019.05.25 40
2389 4구역 소공동체 모임 박철현 2019.05.24 59
2388 후버 박철현 2019.05.24 29
2387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박철현 2019.05.22 52
» 레지오 팀 박철현 2019.05.22 36
Board Pagination Prev 1 ...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 297 Next
/ 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