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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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 20:01

칩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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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지냅니다.

 

물론 저에게는 전혀 낯선 일이 아니긴 하지만

바깥의 기온이 어떤지,

행여 바람은 많이 불고 있는지,

이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방 안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게다가 그리 생산적인 일도 하지 않으면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이거 조금은 너무한 거 아닐까?' 하는

의문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한국에 계시는 어느 신부님들은

너무 자주 밖으로 나가셔서

신자분들이 싫어한다고 하던데

저는 정반대의 경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삶의 습관이라는 것이

쉽게 바뀔 리는 만무하지요.

 

그런데도 요즘에는

바깥에는 아예 관심조차

보이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가끔씩 신자분들이 평일미사에 오시면서

"신부님, 오늘은 추워요."

"신부님, 지금 비가 내려요." 하면

그제야 '아, 그런가 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거릴 때가 대부분입니다.

 

칩거라고 하지요.

이렇게 방에서 지내는 걸.

 

이제 겨울도 거의 다 지나가려고 하는데

여전히 칩거 중입니다.

 

돈 드는 일이 아니어서 좋고,

몸을 움직이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건강에는

그다지 추천할 만한 일은 아니겠지요.

 

아무튼 방안에 있으면서

멍 하니 바깥을 내다보는 일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것마저도 소원해졌습니다.

그러니 정말

'혼자 놀기'의 달인이라도 된 듯합니다.

 

방안 공기는 탁하고

먼지만 잔뜩 쌓여가고 있는데도

청소조차 게을리 하는 탓에

지내는 환경 자체는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감수하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자꾸만 움츠러드는

저의 태도가 문제이지

환경이 문제는 아닌 까닭입니다.

 

그래도 내일은 오슬로로 가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바깥으로 나가야겠지요.

 

바깥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오르막길만 아니라면

길을 걷는 것도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칩거의 삶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그렇게 걷고 싶다거나

어디를 가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저는 몸도 무겁지만

엉덩이도 그에 못지않게 무거운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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