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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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2 09:57

훔멜 훔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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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외지에서 함부르크 사람을 알아보게 하는, 함부르크 사람끼리 나누는 인사가 있다. '훔멜 훔멜'(Hummel Hummel)이다. 그렇게 인사하면 '모어스 모어스'(mors mors)하고 답례한다. 이 인사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19세기말 함부르크에 빌헬름 벤츠(Wilhelm Bendtz)라는 물장수가 살았다. 지금처럼 수도시
설이 되어 있지 않던 시절, 사람들은 물장수를 시켜 물을 조달하곤 하였다. 물장수 벤츠는
언제나 실린더 모양의 모자를 쓰고 양쪽에 하나씩 물통이 달린 물지게를 지고 노래를 부르
듯이 "물이요 물"하고 외치며 하루종일 이 집 저 집 물을 날아다주었다. 그는 그 일을 신이
나서 했기에 "물이요 물"하고 외치며 시내를 통과하는 그의 모습은 춤을 추는 듯하였고, 그
렇게 신바람 나서 흔들어대며 목적지에 도달하는 사이 물통의 물은 반쯤은 쏟아져 버리곤
하였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물이야 쏟아지든 말든 신나게 노래부르며 물통을
져 나르는 일이 그는 그저 즐겁고 좋았던 것이다. 그에겐 그것보다 신나고 중요한 일은 없
는 듯 보일 정도였던 것이다. 꼬마들은 그 모양이 재미있어서 그가 지나갈 때마다 길거리로
나와 그를 뒤따라가면서 놀리곤 했다. 그는 그것을 놀림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 놀림 또한
즐겼다. 그런 그였기에 몹시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나이 서른이 넘었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뜻밖에도 엄청난 유산을 남겨 놓았
다. 큰 재산을 가지게 된 그는 이제 결혼해도 되겠구나 생각하고 신부감을 찾아 나섰다가
한 선술집에서 한 처녀와 눈이 맞아 두 사람은 곧 사랑하게 되었다. 처녀의 이름은 훔멜이
었다. 어느 날 그는 정식으로 청혼을 했다. 그러자 훔멜은 같이 즐기는 것은 좋아도 결혼할
순 없다고 말했다. 가난한 물장수에게 자신을 맡기기엔 불안했던 것이다. 훔멜은 그냥 좋은
친구로만 지내자고 하였다. 몸이 단 벤츠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생각하면서 행복
하게 할 자신이 있다고 했지만 훔멜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벤츠는 자기의 많은 재산을 훔
멜에게 보여 주었다. 그래도 훔멜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어찌 해서든 훔멜의 환심을 사고
싶었던 벤츠는 그 재산을 몽땅 훔멜에게 맡겨버렸다. 그제야 기뻐하는 훔멜을 보면서 그는
곧 결혼하게 되리라 상상하며 행복에 잠겼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훔멜이 보이지 않았다. 그 밤으로 돈을 챙겨 사라진 것이다. 벤츠는 너무
나 상심하여 정신을 잃었다. 몇 달을 그렇게 실성한 사람처럼 보내다가 다시 물지게를 지고
나섰다. 그는 "물이요 물"하고 외치는 대신 "훔멜 훔멜, 돌아와요, 훔멜"하고 중얼거리며 미
친 듯이 물을 져 날랐다. 그 사정을 모르는 꼬마들은 그가 엉덩이를 흔들며 "훔멜 훔멜"할
때마다 장단을 맞추기나 하듯이 "모어스 모어스"하고 응답하며 따라다녔다. 이 말은 "엉덩
이, 엉덩이"라는 뜻이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은 사라졌지만 그를 따라다니는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났다. 물장수 벤츠는 그렇게 슬픈 인생을 살다가 생을 마쳤다.

하지만 함부르크 사람들에게 그는 죽지 않았다. 함부르크 사람들은 그렇게 비참한 인생을
살다가 간 벤츠가 목메어 불러대던 "훔멜 훔멜"을, 그에 답하던 "모어스 모어스"를 정다운
인사말로 간직하게 된 것이다. 이 인사를 하면서 함부르크 사람들은 자신을 배반한 연인을
애타게 부르며 물을 나르던 가련한 벤츠를 기억할 것이다.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면서도 묵
묵히 자기 일을 하다가 한 생을 마감한 그의 슬픈 인생을 생각할 것이다. 어찌 그의 가련한
인생만이 전해지겠는가. 그의 순정, 그의 진실함, 그의 애타는 마음이 이 인사에 담겨 전해
져 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쓸쓸한 인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성실은 지금까지 남아 인사말로
전해오고 있다. "훔멜 훔멜" 부르며 물을 나르는 물장수 벤츠의 모상은 함부르크의 상징이
되어 시내 곳곳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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