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관계 속에서 태어나 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결국 관계 속에서 나의 흔적과 기억을 남기고 떠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를 맺고 사는 가족과 혈연이

관계 맺기의 가장 기초가 되는 기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과 가족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일이 중요한 만큼

가족 안에서 행복해지는 일을 최선의 가치로 여깁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혈연보다 더 중요한 인간관계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신념과 가치를 공유하고,

신의와 공정을 기초로 삼아 살아가는 공동체입니다.

그것이 때로는 국가라는 이념으로 왜곡되고,

특정한 이익 집단으로 폄하되기도 하며,

친구라는 미명으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이 살고 죽는 가장 중요한 원리는 ‘함께’ 살아가는 비결입니다.

예수님의 어머니와 친척들은 혈연관계 때문에

예수님의 공동체에 들어갈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새 가족, 새로운 인류 공동체는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실천하는 이들로 묶인 친교의 공동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성모님께서는 누구보다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실천하신 분이셨기에 예수님과 깊이 결합되신 분이셨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성찬례를 통하여 같은 식탁에서 빵을 나누고,

함께 하느님 말씀을 들으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여

교회라는 가족 공동체를 이룹니다.

교회라는 공동체를 통해 관계를 맺고 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은 결코 교회 없이 성장할 수 없습니다.

혹시 내가 교회 안에서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교회 없는 나 홀로 신앙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