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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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2 20:54

너를 이루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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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이라고 하자.

그것은 스스로 빛을 발할 재간이 없어

지구 바깥을 맴돌며 평생토록 야간 노동을 하는

달빛의 오래된 근육.

 

약속이라고 해두자.

그것은 한 번을 잘 감추기 위해

아흔아홉을 들키는

구름의 한심한 눈물.

 

약속이 범람하자 눈물이 고인다,

눈물은 통곡이 된다.

통곡으로 우리의 간격을 메우려는 너를 위해

벼락보다 먼저 천둥이 도착하고 있다.

나는 이 별의 첫 번째 귀머거리가 된다.

한 도시가 우리 손끝에서 빠르게 녹슬어 간다.

 

너의 선물이라고 해두자.

그것은 상어에게 물어뜯긴

인어의 따끔따끔한 걸음걸이.

반짝이는 비늘을 번번이 바닷가에 흘리고야 마는

너의 오래된 실수.

 

기어이 서글픔이 다정을 닮아간다.

피곤함이 평화를 닮아간다.

고통은 슬며시 우리 곁을 떠난다.

 

소원이라고 하자.

그것은 두 발 없는 짐승으로 태어나

울 때는 발 대신 팔로써 와 닿는

나무의 유일한 전술.

나무들의 앙상한 포옹.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상처는

나무 밑둥을 깨문 독사의 이빨 자국이라 하자.

동면에서 깨어난 허기진 첫 식사라 하자.

우리 발목이 그래서 이토록 욱신욱신한 거라.

 

 

 

- 김소연님, '누눌이라는 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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