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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3 16:59

9) 내가 만난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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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내가 만난 세상은                           김 진호  (프란치스코)  

 

오늘도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순간 제일먼저 생각나는 것은 약속,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스러운 마음에 서둘러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를 켜놓고 무어라고 변명을 하고 싶은 생각에 기다리고 또 기다려 봐도 생각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순간 마음이 답답해오더니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글을 써 보고 싶은 욕심에서 한참을 망설이며 기다리다가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가 떠보기를 몇 차례 반복해보았지만 역시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무어라고 말하기에는 그렇지만 왠지 마음이 답답해오기 시작하면서 앞이 캄캄해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 순간을 무어라고 말로는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다는 생각에 정신을 가다듬고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컴퓨터를 끄고 말았다.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에도 글을 써보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또 포기해야만 하는 나의 안타가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왠지 꼭 그 무엇인가가 나를 방해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이렇게 일주가 한 달이 지나면서 약속을 지키고 싶은 욕심에서 고집을 부려보지만 역시 내 마음은 특별히 변한 것 없이 답답해온다. 이러한 현실에서 포기한다는 것은 누구인가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실망을 시키는 어리석은 판단이라 생각되어 다시 힘과 용기를 내어 글을 써보려고 욕심을 부려본다.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는 하루가 아쉬워 서둘러 노력해보지만 역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실망하게 된다. 더 이상 미룬다는 것은 무책임한 변명이라 생각 되었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고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고 오늘은 무엇을 하지? 하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가 눈을 떠 보면 어느새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세월처럼 빠르게 발전하고 변해가는 세상을 만나고 보내면서 따라갈 수 없는 자신의 무능함을 느끼고 있다. 내가 미처 생각할 사이도 없이 내 추정력으로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옛날 내가 태어나 성장하며 살아오던 시절과 오늘 내가 만나고 있는 삶이 어떻게 변해져가고 있는지 하나씩 찾아보고 싶어졌다. 사실 비교 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달라진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무엇이 어떻게 변해져 가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것들이 많아서 한번 찾아보고 싶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왠지 제일먼저 생각나는 것이 고향 이였다. 사실 264대 바오로 2세 교항님께서도 265대 베네딕토 16세 교항님께서도 제일먼저 고향을 찾으셨던 광경들이 생각이 난다.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자라고 성장해오던 고향이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내가 살던 고향을 찾아가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살던 고향은 그야말로 벽촌 충남부여 군소재지에서 버스를 타고 20분을 달려가야만 만날 수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우리 동네 중앙을 지나가는 비포장도로 자갈밭 이차선 신작로가 길게 줄을 그은 듯 뻥 뚫어있었다. 여기를 오가는 버스는 하루에 6차례 부여에서 청양으로 예산을 거처 온양온천 그리고 천안을 지나 용산 시외종합버스종점까지 6시간동안 달려야 겨우 종점에 도착한다. 그나마도 우리 동네를 지나는 버스길이 있었기 때문에 교통편이 편리한 편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 마을은 편리한 교통편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전기조차도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밤이 되면 온 동네가 캄캄한 암혹세계가 되어 옆에 무엇이 있는지 조차도 분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캄캄했다. 사실 1970년 중반까지 우리나리의 70%이상의 가정에서는 전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시골에서는 밤이 되면 암혹세계로 변해버린다. 그나마 우리 동네에서는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화의 그림을 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까지도 잊지 못하고 옛날 우리 마을에 아름다운 한 폭의 웅장한 그림을 자랑하고 싶다. 우리 동네는 높고 낮은 산들로 둘러 쌓여있기 때문에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바로 온 동네가 어둠이 시작된다. 어둠이 시작되면서 밤하늘에 별들이 옹기종기모여 있는 모습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한 폭의 근사한 풍경화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 갈수록 유난히 반짝이고 있는 별들 사이로 견우와 직녀를 갈라놓았다는 은하수가 긴 선을 그으며 출렁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꼭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오래전부터 내마음속에서만 그려오던 그리운 고향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볼 수 없지만 내가 뛰어놀던 시절의 여름밤에는 매일 밤마다 동네 애들과 어른들이 함께 모여 넓은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면서 반짝이는 별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우려 보기도 했다. 그렇게 조용한 밤하늘에 별들은 서로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서 인지 저마다 폼 내며 금빛처럼 자신을 들어내 보이려고 유난히 반짝이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지켜보던 추억들이 그리워진다. 때로는 친구들과 모여 북두칠성의 별자리를 바라보며 큰 소리로 하나 둘 셋 ... 일곱을 세어가면서 자기가 먼저 찾았다고 으스대면서 뽐내던 그리운 친구들과의 추억들이 나를 부르고 있다. 옛날에 동네이장님께서 들여 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얘들아, 저기 밤하늘에 별들이 몇 개일까?” 모두가 어리둥절하여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누가 답을 알고 있을까 서로 눈치를 살피며 기다리고 있는데 이장님께서 헛기침을 하시더니 큰소리로 웃으시며 답을 알려주셨다. “밤하늘에 별은 모두 160개이지!”라고 엉털이 답을 해주시는 바람에 모두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이장님께서 얘들아, 저기 동쪽하늘에 별들이 스물, 스물 그러니까 40, 서쪽하늘에도 스물, 스물 또 40, 남쪽과 북쪽하늘에도 스물, 스물 그렇게 다 합치면 160개잖아!”라고 자랑스럽게 설명하시는 바람에 배꼽을 잡고 웃었던 옛 추억의 향수에 깊은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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