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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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6 10:22

8) 내가 만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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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내가 만난 세상은                 김 진호 프란치스코

 

오늘은 내가 왜 독일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현실의 사정과

오늘 나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나는 꿈에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던 여기 타향도 아닌

환경과 문화와 말까지도 모두가 다 다른 나라 독일에서 살고 있다.

서독에서의 삶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불편하고 고달프고 서럽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현실에서 내가 선택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그럼에도 하루 또 하루의 삶은 모두가 새롭고

신기하고 낯설었지만 특별히 불편한 것 없이 살아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하루를 또 하루를 만나고 보내는 순간순간마다 부모형제들

생각에 마음이 아파오는 고통과 외로움과 함께 고향이 그리워오는

슬픔을 겪는 순간마다 잘 참고 견딜 수가 있었던 것은 내일의 희망을

기대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고통스럽게 시작한 서독에서의 삶을 원망하면서도 이것이

나의 운명이고 팔자라 생각하며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살다가보니 서독에서의 삶도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게 되면서 내 생각은 조금씩 변해져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내 마음을 유혹한 것은 순전히 잘 살아보고 싶은 욕심에서부터

시작 되었다내가 서독에서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좋은 혜택과

조건들을 알게 되면서 마음에 갈등이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서독에서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좋은 조건들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기 시작했던 것이다그럼에도 마음에 결정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그래서 오랫동안 계산해가면서 망설이다가 결국

마음에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내가 우리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인권비와 혜택조건들이 여기 서독 일반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인권비와 혜택들을 비교하게 되면서 마음에 유혹과 갈등을 갖게 되었다.

1974년도 내가 서독광산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받은 월급은 우리

나라에서 일반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월급보다 열배정도가 더 많았다.

거기에다가 주 40시간 근무 그보다도 더 내 마음을 흔들었던 것은 1년에

개인에게 주어진 6주간의 정기휴가가 나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건강보험과 실업자보험과 연금보험과 자녀수당과

세금혜택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많은 조건들이 나를 꼼작하지 못하도록

잡아버리는 바람에 어쩌지 못하고 여러 가지 핑계와 변명을 해가면서

1년만 더 1년만 더 하고 미루다가 결국 욕심이란 놈한테 잡히는 바람에

오늘까지 함부르크에서 살고 있다이렇게 어색한 변명을 하면서도 늘

마음 한 구석에 상처로 남아 순간순간마다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마음의 갈등과 고통을 느끼게 할 때도 있다그럼에도 이렇게 많은

시간동안 살아오면서 배우고 느끼고 겪으면서 오늘까지의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싶다이렇게 정신없이 살다가 보니 흘러간 세월이 어느새

50년 번개같이 빠르게 지나간 세월들을 돌아다보며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내가 해놓은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그래도 다사다난했던 지나간 추억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독일에서의 삶이 행복했다고만 말할 수는 없지만

후회하는 삶은 살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비록 이방인으로 살아오면서

다소 자존심이 상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러한 마음에 상처들은

어디에서 살아도 받을 수 있는 것들이라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을

만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오늘 솔직히 고백한다면 나는 많은 혜택을 받았고

누리면서 살아 올 수 있었다는 생각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까 50년 전 20kg 가방하나 달랑 들고 시작한 삶이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었기에 육체적으로 조금씩 불편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주어진 삶이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자식들과 손자들이 살아가는

삶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고맙기에 이것이 행복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다소 아쉬움을 느끼게

하지만 이렇게 하루를 만나고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하느님의 축복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무섭게 경쟁하며

변해가고 있다. 내 상상력으로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에 다소 불안해지는 순간들을 자주만나기도 하지만 역시

세상의 삶은 신기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무섭게도 편안해지고 있다.

그래서 다음에 만나는 시간에는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세상의 변화와 함께

지나간 나의 삶들을 기억해보는 시간을 만나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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