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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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4 20:56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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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사십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세상에서 책임질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흔히 사람에게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사라져가는 얼굴, 또 하나는 영원히 남는 얼굴입니다.

사라져가는 얼굴이란

자기중심으로 살면서 점점 폐쇄되어 가는 가면을 쓴 얼굴이요,

영원히 남는 얼굴이란

타인 중심으로 살면서 점점 더 너그럽고 편안해져 가는 얼굴입니다.

사라져가는 얼굴이란 가면을 벗을 줄 모르는 자기 자신의 이해타산과

적당히 타협하는 누추한 얼굴이요,

영원히 남는 얼굴이란 진리의 이웃이 되고 자기중심에서 타인 중심,

즉 하느님 중심으로 달라진 하느님을 닮은 얼굴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40세가 되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이제 나이 40쯤 먹었으면 세상사 알 것 다 알고 볼 것 다 보고

겪을 것 다 겪었음을 전제하는 말일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회칠한 가면과 위선의 탈을 벗어버리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여 달팽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병들고 마비된 마음을

타인 중심으로 활짝 열고 사랑과 봉사와 희생의 삶으로

투신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기도 하는 세상입니다.

40세가 아니라 50세, 60세가 되어도 영영 버리지 못할 기세로

움켜쥐고 있는 가면은 어떤 것일까요?

성직자의 옷은 입었지만 마음은 하느님을 떠나 있는 가면,

양의 가죽을 쓴 이리처럼 마음은 사랑을 주지 못하면서

헛된 자비를 말하는 가면,

자신은 쏙 빠지면서 다른 사람들은 서로를 탓하게 만들며

해야 할 일과 희생을 다른 사람에게 떠맡기면서 봉사를 말하는 가면,

인기 작전을 쓰면서 주위 사람들에게서조차 인정을 받지 못하는데도

그리스도인은 이래야 한다고 주장만 해대는 가면,

보이지 않는 비수로 사람들을 찔러대면서 자신은 거룩하고 깨끗한 척하는 가면,

자신의 눈에 들보가 있는 것은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눈에 있는 티끌이나 발견하려고 하는 바리사이파적인 가면을

혹시 우리는 벗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흉하고 쪼그라들고 괴물처럼 꾸며진 이 가면은 우리의 얼굴이 아닙니다.

우리의 얼굴은 오직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그리고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하신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사랑으로, 기쁨으로, 평화로

환하게 밝아져 있는 그 얼굴뿐입니다.

순진하고 꾸밈없는 얼굴, 호수처럼 잔잔히 흐르는 미소를 머금은 얼굴,

푸른 비단처럼 평온한 그리고 천진난만한 어린이와 같은 얼굴이

바로 우리의 얼굴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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