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by 박철현 posted Dec 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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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대축일을 오늘로 옮겨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월요일 오전미사는 거의 봉헌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사에 얼마나 오실지 가늠할 수 없었지만

생각보다는 많은 분들과 함께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오후에는 잠시 Penny에 다녀왔습니다.

요즘에는 Lidl 쪽으로 가는 경우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Penny에는 정말 오랜만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성탄 밤미사 때 오실 분들에게 나누어줄 선물들을

하나씩 둘씩 사 모으고 있습니다.

비싼 선물을 살 순 없지만 나름대로,

조금의 도움은 될 것이라 생각하며 사 모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마침 초콜릿도 싸게 나왔기 때문에

이것저것 샀더니 비용이 제법 나왔습니다.

보통 배낭을 메고 마트에 가는데

배낭 지퍼까지 닫을 수 없을 정도로 부피가 큰 물건들은

많이 사지 않는 편이어서 그런 경우가 자주 없는데

오늘은 배낭 지퍼를 다 닫지 못할 정도로 제법 물건이 많았나 봅니다.

이럴 때는 차가 있으면 더 편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시골 성당의 보좌신부로 있을 때,

월요일이 되면 그라츠로 나가서 후배들을 만나곤 했습니다.

그리고 후배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은

마트, 그때는 Interspar라는 큰 마트가 있는 곳에 장을 보러 가곤 했습니다.

맥주도 사다 놓고, 이것저것 사다 보면

100유로는 어렵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니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그라츠에 있는 후배들을 위한 물품 조달꾼이었던 셈이었습니다.

그때는 차가 있었기 때문에 많이 사도 차에 실으면 되었는데

지금은 가능하면 배낭을 다 채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마트가 멀리 있지 않다는 점이

그나마 저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생각해 보면 함부르크 한인성당의 사제관이야말로

독일의 어떤 곳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지리적 환경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함부르크에 계시는 한국 신자분들이 좋은 모범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번에 독일에서 사목하시는 신부님들이 오셨을 때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감탄하셨습니다.

일주일에 열 개 정도의 선물만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꾸준히 마트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게 저에게는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좋은 일입니다.

아무튼 물건을 살 때면 즐거운 상상을 할 때가 많습니다.

대림 시기에 성탄을 생각하는 건 너무 앞서가는 일이긴 하지만

이런 재미도 저에게 주어지는 좋은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