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모자라게

by 박철현 posted Jan 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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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는 약으로 쓰입니다.

고기는 물론 그 피도 아주 좋은 약이 된다고 합니다.

 

지난 해 청둥오리를 사러

몇 번 농장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청둥오리는

하늘을 나는 녀석들이고

농장에서는 그들을 잡아서 사육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나에게는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사육장은 테두리만 있을 뿐

하늘을 비워 두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저러다 날아가 버리면 어떻게 하지?

주인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주인은 웃었습니다, 미련한 녀석들이라고.

갓 태어난 청둥오리에게

유효기간이 지난 식빵 등 영양가 있는 사료를

듬뿍 먹이면 몸집이 무거워

날아가지 못한다는 거였습니다.

 

아! 그래,

그래서 조금은 모자라게 살아야 하는 것이구나.

 

옛날 경주의 최부자는

일천 석에서 한 석 모자라게만 거두고

나머지는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것이 대를 이은 부자의 비결이었다고 합니다.

그래, 조금은 모자라게 사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