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로그인

2009.07.26 19:24

보내는 마음

조회 수 104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보내는 마음 ***

               사랑하고 존경하는 서 정범(세례자 요한)신부님!
신부님! 정말 가셔야 합니까?
우리나라의 옛말 중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주님 안에서 인연을 매졌던 시간들이 벌써 4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 임기를 마치시고, 떠나셔야 되는 신부님께 본당 모든 교형자매님들을 대표하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문화도 말도 물마저도 낯선 독일 함부르크 한인천주교회에 부임하셔서, 처음으로 본당주임신부님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많은 기대와 희망 속에 저희들과의 만난4년이란 긴 세월 동안 다사다난 했던 여러 가지 일들 중 좋은 것들만 기억에 남기시고, 나쁜 일들은 모두 잊으시고, 늘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 안에서 건강하신 몸과 마음으로 하시고 싶어 하셨던 신부님의 소망과 뜻을 꼭 이루시도록 저희들은 간절히 기도합니다.    
언제인가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나도 여러분들과 함께 좋은 인연으로 아름답고 즐겁고 재미있게 지내보려고 노력했지만, 제 성격상 친절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경험부족으로 융통성이 없어 교형자매님들께 더 잘 해드리지 못한 부족한점들을 송구스럽게 생각하기에 마음이 아파옵니다.”라고
하셨던 말씀,  그러나 신부님! 그런 일로 걱정하시지 마십시오.
세상에 오점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희들도 신부님께 투서문제로 그리고 총회 때마다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따지고 떠들었던 사건들로 신부님의 마음을 찢어지도록 아프게 해 드렸던 일들 정말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물론 꼿꼿한 성격에 융통성 없으신 신부님이시라고 웅성대기도 했지만, 신부님한테도 좋은 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중 몇 가지만 자랑하고 싶어집니다.
젊은 나이에 하고 싶은 일들도 많으셨겠지만, 자동차도 없이 4년이란 긴 세월동안 미사에 오가는 길 또 토요일마다 지방공동체를 방문해야 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말씀 없이 묵묵히 보내셨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골프도 절제하시면서, 공동체 가족들에게는 절대로 부담을 주지 않으시려고 노력하시던 신부님 딱딱한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모습들이 정말로 자랑스러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그 어떠한 잘못을 했을지라도 본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면 너그럽게 용서하시는 ‘그 너그러움’에 감동하여 눈물을 참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들로 제 마음이 쓰려오기에, 신부님 가시고 나면 그 빈자리가 많이 생각나 아쉬워하며 그리워하게 될 것 같습니다.
때로는 신부님과 함께 일을 하면서 무뚝뚝하시다는 생각에 섭섭했던 일들도 있었지만,
특별히 부담을 주시는 일이 없었기에, 신부님과 일하기가 너무 편했는데도 불구하고 신부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듭니다.
저희들이 신부님한테 더 많은 것을 기대했던 것은, 신부님이시기 때문에 너그럽고, 더 친절하신, 더 저희를 이해해주시는 신부님을 원하고 희망하면서도, 사실 우리자신들은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자신들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히 생각하며, 늘 불평불만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역시 우리들은 아무리 좋은 환경에 좋은 일이 생겨도 기쁘고 감사하게 받아들일 줄 모르기 때문에 늘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음아파하며 속 태우는 삶으로 불행한 삶을 살지 말고,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여생을 보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경우에 따라 또는 성격에 따라 좋아 할 수도 있고 싫어 할 수도 있고, 또는 좋았던 사람이 미워지기도 하고, 미웠던 사람이 좋아지기도 하여 인간관계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임을 알게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함께 신앙을 고백하며 살아가는 이유는, 세상엔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보다는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들이 더 많기에 항상 부족하다 생각하여 공허함속에서도 영원한 생명을 찾기 위해 하느님께 의지하는 믿음생활을 하면서 생각해봅니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다 먹이느라 굶으면서도“배부르다. 생각이 없다.”하시면서 굶어도 당연하게만 생각하는 철부지자식들처럼, 우리들은 신부님한테 많은 것을 기대하면서 신부님의 조그마한 실수는 이해하려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뜻에 어긋나면 가책 없이 불평하면서도 신부님을 필요로 하기에 또 신부님을 찾던 저희들의 이기적인 잘못을 용서하여주십시오.  신부님 어머니께서는 신부님께서 식사는 하셨을까? 잠은 잘 주무실까? 아프지는 않으실까? 지금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 사랑하는 아들이기에 한시도 잊지 못하고 걱정하시며 마음을 태우고 계실 때, 우리들은 우리들 때문에 고생하고 계신 신부님께 감사할 생각보담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잘못하는 일이 없나 눈을 귀를 쫑긋 세우며 이상한 소문으로 신부님의 마음을 괴롭혀드렸던 저희들을 꾸짖어주십시오.
우리는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도 신부님께서 하시는 일들은 왜 마음에 들지 않고 못 마땅했던지? 조용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신부님께서 부엌에서서 쌀을 씻고 김치를 썰고 양파를 까고 호박을 두부를 썰어 된장찌개를, 김치찌개를 끓여 외롭게 혼자앉아 배를 채우고 계실 신부님의 쓸쓸한 모습을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지? 소문이 두려워 사제관안에서 술과 담배를 친구삼아 의지하고 계신 신부님한테 과연 나는 무엇을 해드렸는지? 신부님이 누구 때문에 외롭고 힘들고 불편한 함부르크에 와서 고생하셔야 되었는지?
우리 다 함께 생각해보고 반성하고 변화되어 함부르크본당에는 ‘함부로 가는 곳’이 아니라는 소문을 뒤집고, 모든 신부님들께서 함부르크본당주임신부님으로 오시고 싶어 하시도록 우리 다함께 아름다운 본당을 만드는데 노력하겠다는 마음으로, 신부님께서 가시는 길마다 또 하시는 일마다 항상 하느님과 함께 하시고, 저희들과 4년 동안 예수성심성당에 심으신 모든 희로애락들이 앞으로 신부님께서 사제생활을 하시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시어, 이 세상에 하느님나라를 세우는 거룩한 대 사제가 되시도록 우리 다함께 기도드릴 것을 약속합시다. 신부님께서 제일 많이 하셨던 말씀 이왕에 시작한 신앙생활 하느님과의 약속이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했으면 좋겠다. 내가 웃으면 세상이 웃는다는 교훈의 말씀을 기억하며 신앙생활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혜여기기 섭섭하여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시겠지만 보내는 저희들도 반성하는 마음으로 눈물이 앞을 가려 볼 수가 없습니다. 신부님 안녕히 가십시오. 그리고 건강 조심하셔야 합니다.    
저희들이 신부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주신 사랑에 감사합니다.
       2009년 7월 26일      함부르크 한인천주교회 교우일동 드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가입 때 문제가 생기면 박철현 2021.09.13 175
공지 긴급 공지 1 박철현 2020.05.09 321
공지 로그인 하셔야만 보실 수 있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5 박철현 2018.09.09 419
670 인무백세인 Thomas kim 2009.08.06 1337
669 군자는 유어의하고 Thomas kim 2009.07.31 1395
668 침묵과 순교 Thomas kim 2009.07.29 1033
» 보내는 마음 김 진 호 2009.07.26 1044
666 교언영색 Thomas kim 2009.07.25 1219
665 글로써 벗을 모으고, 벗으로 인의를 이룬다 4 Thomas kim 2009.07.21 1169
664 성인과 내가 다른 점 Thomas kim 2009.07.20 1124
663 욕 심 Thomas kim 2009.07.19 1050
662 한국 순교자들 Thomas kim 2009.07.17 1330
661 이겨야지 Thomas kim 2009.07.16 978
660 소금장수의 인생 Thomas kim 2009.07.15 1078
659 한국 가좌동성당의 존치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스텔라 2009.07.08 1079
Board Pagination Prev 1 ... 237 238 239 240 241 242 243 244 245 246 ... 297 Next
/ 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