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내가 만난 세상은

                                                                                                              김 진호 (프란치스코)

먼저 나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저의 죄송한 마음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뜻밖에 오늘 제 글을 기다리고 계시다는 두 분의 소식을 접하면서 저에게 큰 힘이 되어 다시 용기를 낼 수가 있었습니다.  아니 한 사람이라도 기다려 주는 이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서둘러 내가 만난 세상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었을까 연속해서 함께 생각해 보려고 한다.

내가 여기 작은 공원을 만나게 된 것은 독일에서의 삶이 시작 되면서 두 번째로 만나던 토요일 날 같은 방 동료들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처음으로 이 공원을 만나게 되었는데 왠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무어라고 꼬집어 말 할 수는 없었지만 갑자기 고향생각이 나는 바람에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무엇이 나를 꼼짝 못하게 잡아 세웠을까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특별한 이유는 찾지 못했는데 그 날 이후로 나를 불러주는 것 같이 느껴지기에 수시로 이곳을 찾아가게 되었다.  내가 특별히 여기 공원을 찾아가게 된 것은 마음에 위로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 인가 생각한다.  그 후부터 나는 처음으로 시작한 광산 일이 육체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울 때마다 또는 정신적으로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나 부모형제들이 생각날 때마다 자주 찾아가던 작은 공원은 나의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여기에서 내가 특별히 하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이 나에게는 훌륭한 상담사가 되어 주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서 인지 나에게 기쁜 일이 있을 때에도 마음에 상처를 받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들이 생기거나 생활이 짜증스럽고 화가 나는 일이 생길 때에도 이곳은 내 마음을 달래주는 사랑방이 되어주었다. 이처럼 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곳이었기에 나는 내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약속도 없이 내 마음대로 수시로 여기 작은 공원에 찾아와 화풀이도 하고 마음에 위로를 받았던 곳이었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이 공원과도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기 작은 공원과의 사이가 멀어 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자 독일생활에도 조금씩 적응하게 되면서 공원을 찾는 대신 같은 방 동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렇게 동료들과 어울리는 시간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가까운 도시들을 찾아가거나 또는 알려진 유적지들을 찾아가는 일일 소풍들도 있었지만 독일에는 짧은 시간에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들이 많았다.  더 자랑스러운 것은 독일에 땅이 넓어서 인지 웅장하고

아름다운 공원들이 많이 있어 주말을 이용하여 구경 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아서 우리들은 신기하게만 느낄 수밖에 없었기에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다.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퇴근 후에 친구들과 어울려 근사한 고기안주에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도 광부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이렇게 부담 없이 막 맥주를 마시다가 취하면 저마다 목에 힘을 주면서 집에 두고 온 금송아지의 크기를 자랑도하다가 또는 군 생활에서 잘나가던 추억들을 또는 월남전쟁에서의 아슬아슬한 위험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서 하고 더 말을 잊지 못하며 맥주병을 집어 들고 쭉 들어 마시며 눈시울을 적시던 동료들의 옛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힘차게 손뼉을 치면서도 무엇인가 아쉬움을 나누던 추억들이 생각난다.  이와 같이 동료들과 어울리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공원을 찾아가는 일은 이미 내 삶에서 끼어들 자리가 없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것은 공원을 찾는 즐거움 보다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무엇인가 당장 마음으로 느끼거나 볼 수는 없지만 나에게도 새로운 밝은 미래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커다란 희망과 기대가 내 마음속에 꿈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행복이라는 꿈을 설계 하고 싶어졌다.  내가 꿈꾸는 그림들은 다음 글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내가 만난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 가고 있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