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하느님의 부재 체험과 함께
‘주님께선 어디 계시는가?’ 하는 의구심으로 방황했던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분이 과연 내 기도를 듣고 계실까?
그분이 과연 나와 함께 있기나 한 것일까?
그분이 과연 내 삶을 당신 사랑의 섭리로 이끌어 주고 계실까?’
이러한 의심은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 제자들이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목격한 제자들은 충격과 허탈감에 빠집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한 사람씩 다시 모여 공동체를 이루면서,
비록 두려움에 문을 걸어 잠글지언정
제자 공동체를 형성한 후 함께 머무릅니다.
바로 그 자리에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렇다면 신앙에 대한 의구심과 절망에 빠져 방황하던 때,
과연 우리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오늘 우리가 축일을 지내고 있는 성 토마스 사도는
제자들과 함께 있지 않았습니다.
자기도 없던 그때, 예수님께서 오셨던 것이 못내 아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토마스 사도의 말은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는
아쉬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토마스 사도를 위해 예수님께서는 다시 오십니다.
한 사람을 배려해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삶이 어두워지는 저녁과 같은 어수룩한 인생길에 방황했다가
신앙의 길을 벗어나 쉬고 있는 많은 신자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토마스 사도 같은 그 사람들에게도
예수님께서 평화를 선물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긴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계속 두드리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닫혀 있는 그 마음으로는 의심은 계속 의심으로만 머물 것입니다.
무엇보다 의심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의심의 길고 긴 터널을 힘겹게 통과하고 나면
밝은 빛으로 다가오는 평화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토마스 사도의 불신은 예수님을 만난 후 확신으로 바뀝니다.
우리의 의심과 불안도 예수님께서 함께 한다는 걸 느낄 수만 있다면
확신으로 가득 찰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