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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현 posted Mar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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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함부르크 대교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으로 계속 홈페이지를 주시했습니다.

그런데 오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홈페이지 내에서는 어떤 공지도 없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밥도 먹고, 마트에도 잠시 다녀왔지만

저녁이 다 되어 갈 때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

내일 발표를 하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주교좌성당 홈페이지에 17시 30분 즈음에

4월 30일까지 미사가 없다는 공지가 떴습니다.

그래서 신자분들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직 교구의 공지창에는 소식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주교좌성당 홈페이지에 공지가 떴다는 건

교구의 결정이 내려졌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일단은 신자분들에게 3주간 정도는 미사와 모임이 없다는 걸

미리 알려드렸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주교님의 서한이 담겨 있는 메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거기에도 분명 4월 30일까지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혹시 4월 3일인데 30일로 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4월 중순에는 부활도 있기 때문에

아무리 비상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부활미사까지 포기하지는 않겠지 하는

저만의 판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교님의 서한에는 분명히 4월 30일까지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부활미사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바이러스의 위력에 놀랄 따름입니다.

어쩌면 일단 기간을 충분히 잡고 난 뒤

상황에 따라서 변경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부활미사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바이러스에 대한 원망이

커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한 달 하고 보름 정도 신자분 없이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일이 없는 셈이니 월급을 받지 못하는 건 혹시 아닐까요?

다른 교구는 4월 5일까지 중단 선언을 하고,

또 어떤 교구는 기간을 정하지 않고 무기한 중단한다는 발표를 했는데

함부르크 대교구는 문제의 심각성을

너무 깊이 고려한 측면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저의 삶은 크게 달라질 게 없습니다.

신자분이 오시든 오시지 않든 저야 평일이든 주일이든

만남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싶을 때 봉헌하면 되니까요.

다만 아쉬움은 조금 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성주간과 부활의 때도 포함되어 있다는 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정말 못 되고 골치 아픈 바이러스입니다.

혹시라도 만남성당에 오셔서 잠시 기도를 하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제가 언제든지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미사와 모임은 없어도

성체 앞에서 기도하는 일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아무튼 이번 기회에 저의 단순한 일상뿐만 아니라

좀 더 깊은 묵상도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다시 한 번 모두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