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에

by 박철현 posted Mar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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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만에 아침 10시에 미사 준비를 하고,

만남성당에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조신부님과 저, 두 사람만의 미사였지만 기원을 담아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사회복지국장으로 있을 때,

평일 아침 7시에 교구청 신부님들과 함께 봉헌하는 미사가 있었는데

가끔씩 그 미사에 함께 하지 못하면

교구청 별관이라는 곳에서 혼자서 미사를 봉헌할 때가 있었습니다.

교구청 별관이란 교구청에서 근무하는 신부님 몇 분과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는 등의 특수사목 신부님을 위한 숙소가 있었는데

거기를 말합니다.

그때 교구청 바로 옆에 모텔로 쓰던 건물 하나를 교구에서 사서

신부님 숙소로 사용했습니다.

4층 건물이었는데 원래 모텔이었던 탓에 환경 자체는 조금 열악한 편이었지만

방 한 칸에는 신부님이 혼자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따로 마련해 두었기 때문에

신자분들과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는 신부님은

거기서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거기서 미사를 봉헌한 건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많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벽을 마주하고 미사를 봉헌할 때는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마도 벽을 마주하고 미사를 봉헌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조신부님도 있었으니,

“주님께서 벽과 함께”라고 하지 않아도 되어서

예전의 허전한 느낌보다는 훨씬 덜했습니다.

특별히 사순 제3주일의 복음은 굉장히 깁니다.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는 긴 텍스트입니다.

그래서 짧은 복음이 있는데도 길게 느껴집니다.

주제는 ‘생명의 물’입니다.

미사를 봉헌하면서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 생명의 물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명을 전해주는 물, 생명을 되찾을 수 있는 물,

그런 물이 지금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성경 안에서 물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로써 세례를 베풀고,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이 생명의 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모든 것을 정화시키고, 씻어 내고, 생기를 되찾아 주는 물,

그런 물은 그리스도교 안에서는 중요한 상징이 됩니다.

그 물이 바이러스조차도 씻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물을 자주 마시라고 권고합니다.

그 만큼 물에는 생명력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꼭 생명의 물이 아니더라도

물을 자주 마시면서 건강한 면역력을 키우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