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좌성당 광장

by 박철현 posted Feb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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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주교좌성당에 무슨 행사가 있었던 건지

평소 주차장 말고도 광장에도 차를 주차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습니다.

그게 무슨 행사인지 저는 모릅니다.

바로 옆에 살고 있으면서도 참 무관심하게 지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때 한국에서는 층간 소음이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층간 소음 때문에 다툼이 생기고 심지어는 사람이 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좁은 땅덩어리에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생기게 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아파트로 이사할 때에는 서로 떡도 돌리고

가능하면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아파트로 이사하는 사람들은

익명성을 좀 더 보장받고 싶어 합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어떤 상황인지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층간 소음이라든지 하는 문제가 생길 때만

이웃에 대해 알아보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다 보니 옆집에 사람이 죽어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교좌성당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그야말로 바로 옆집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저 역시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부분은 별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닙니다.

물론 제가 맡고 있는 공동체가

주교좌성당의 행사와는 크게 관련이 없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지만

아무튼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는 일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은

스스로가 외면해 온 탓이 아닐는지요.

싫든 좋든 저는 함부르크 대교구로부터 위임을 받아서

한인 천주교회를 이끄는 것인데

때로는 대교구의 행사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걸 느낍니다.

오스트리아에 있을 때는 보좌신부로 있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교구의 행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좌신부님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야 하는 일도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있었고,

지구회의라든지 사목자 모임도 자주 있었고,

그리고 신부님의 장례미사 때면 매번 빠지지 않고 참여한 적이 많았는데

여기서는 사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저 저에게 맡겨진 일만 충실히 하면서 살아가는

그런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가게 된 것입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좀 더 개선이 필요하다는 걸 스스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게 또 쉽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너무 편한 삶에 젖어든 까닭입니다.

그래도 여기 보좌주교님을 어쩌다 만나게 되면 반갑고,

얼굴만이라도 낯익은 신부님들이나 신자분들을 만나게 되면

인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분명히 광장까지 주차장이 된 건 어떤 행사가 있었다는 건데

그게 어떤 행사였는지는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냥 모르고 넘어가면 마음은 편하겠지요.

그래도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