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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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그냥 온통 낙서만 그리다 마는 날들도 있습니다.

좀 더 충실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야

고운 마음으로 그 선물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요즘에는 선물을 받기에 조금 머쓱해집니다.

조금씩 더워지면서 제 마음은 사막화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하느님의 말씀에 좀 더 귀 기울이기보다

세상이 주는 즐거움에 너무 빠져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도부터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컴퓨터를 켜고 곧바로 컴퓨터 화면을 응시한 채

멍 하니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내면이 점점 메말라 가는 것이겠지요.

아무튼 부활에서 승천, 그리고 성령 강림까지 가는 길이

저에게는 세상의 유혹이 넘쳐나는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절제의 덕을 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꾸만 컴퓨터 화면에만 고정할 것이 아니라

시선을 다른 곳으로도 돌릴 수 있는 변화도 주고,

하느님 말씀을 좀 더 묵상할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앙이라는 것이 늘 한결 같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다는 건 인간적인 나약함 때문입니다.

때로는 모든 것 위에 신앙을 올려놓아야 할 저의 경우에도

신앙은 뒷전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하느님 말씀보다는 내 말을 더 우선순위에 두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도망을 갈 때가 있었듯이

어쩌면 저도 길에서 살짝 벗어나고 싶은 마음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되돌아갈 길이 있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컴퓨터 화면 앞에서 하루 종일 보내더라도

가끔은 다른 신부님들의 강론도 찾아보고,

거기서 좋은 걸 찾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확실히 월요일은 월요일입니다.

휴일이라는 생각이 강한 건 아니지만

잠시 모든 걸 잊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 걸 보면.

오늘이 지나고 나면 내일부터는 또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마냥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내면의 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겠지요.

바깥에서 한 차례 소나기가 내리는지 빗소리가 들리더니

지금은 들리지 않습니다.

소나기는 줄기차게 내리는 비가 아니라 한 차례 휩쓸고 가는 비입니다.

어쩌면 제 마음에도 한 차례 소나기가 왔다 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하루라는 선물을 의미 없는 선물로 만들고 말았지만

내일은 값진 보물을 건져내는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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