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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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1 20:31

사향노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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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숲 속에서 살던 사향노루는

코끝으로 와 닿는 은은한 향기에 정신이 팔렸습니다.

 

"이 은은한 향기의 정체는 뭘까?

어디서, 누구에게서 시작된 향기인지

꼭 찾고 말거야."

 

그러던 어느 날 사향노루는

마침내 그 향기를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험준한 산 고개를 넘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사향노루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온 세상을 다 헤매도

그 향기의 정체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서

여전히 코끝을 맴도는 향기를 느끼며,

어쩌면 저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서

향기가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향노루는 그 길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절벽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한쪽 발을 잘못 디디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사향노루는 다시는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향노루가 쓰러진 그 자리엔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죽는 순간까지 그 향기의 정체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몰랐던 사향노루.

 

슬프고도 안타까운 사연은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이 자리,

나 자신에게서가 아니라

더 먼 곳, 더 새로운 곳,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

행복과 사랑 그리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들이

끝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슬픈 생을 마감하는 사향노루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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