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길목입니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새끼 강아지 걸음처럼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바다 끝에서 연분홍 혀를 적시고
떨리듯 다가오는 미동.
괜스레 가슴이 미어집니다.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내 마음 안달이 났습니다.
차마 전하지 못했던 사랑.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어서
내 마음 안달이 났습니다.
물살 같이 빠른 세월이라
사랑도 그렇게 흘러갈까봐
미루고 미루어 전하지 못한 마음.
어린 짐승 날숨 같이 떨며
어떠한 소리도 없이 그대를 부릅니다.
가을이 온 뒤에도
지금처럼 높은 산과 긴 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바라봐야만 한다면
꽃망울 속 노란 꽃가루 같이 가득한
그리움을 어떻게 할까요.
갓 핀 꽃잎 같이 곱고
성당의 종소리 같이 맑으며
보름달 같이 밝은 그대는
작은 새의 깃털같이 부드럽고 함박눈 같이
고요한 나라입니다.
아 아, 가을이...
바다 끝에서 생겨난 가을이
새끼 고양이 눈망울 같이 내 마음을 바라봅니다.
어린 짐승 발소리처럼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을이 나뭇잎에 안기기 전에
나의 마음을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나의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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