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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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기자 wckim@pbc.co.kr지난해 부산의 한 성당 마당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다.
 신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견진성사를 주례하러 오는 주교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교를 태운 승용차가 도착할 즈음, 낡은 회색 아반떼 승용차가 보란듯이 마당 한가운데로 진입했다. 사목위원들은 "곧 주교님 차가 들어올텐데 저건 무슨 차야?"라며 운전자에게 빨리 차를 빼라고 손짓했다.
 잠시 뒤 운전자가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안녕하십니까?"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한 신자는 로만칼라 복장에 가방을 든 운전자를 보고 "어디서 오신 신부님이신지…"하며 머뭇거렸다. 운전자는 "제가 황 주교입니다"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신자들은 황 주교가 주교품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얼굴을 잘 몰랐던 데다, 홀로 낡은 승용차를 몰고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소탈하고 검소한 생활 몸에 배
 제4대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는 소탈하고 겸손한 성직자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남에게 보이려는 게 아니라 몸에 철저하게 밴 성품이기에 말릴 수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교구청의 한 국장신부는 "교구장이 되셨으니 당장 운전기사 딸린 승용차를 장만해야 하는데 그것을 허락할 분도 아니고, 설사 구입한다해도 쳐다보지도 않을 분"이라며 걱정했다.
 황 주교는 지난 6월 정명조 주교 선종 뒤 교구장 승용차와 비서를 아예 없앴다. 2008년도 교구청 유지관리비 예산이 2억 원 줄었는데, 감소분은 대부분 교구장 관련 항목을 축소 또는 폐지한 것이라는 게 측근 설명이다.
 홍보실장 김윤태 신부는 "워낙 겸손하시기 때문에 지금도 행사장에서 가운데 자리에 앉거나 옆에서 가방을 들어주는 것을 어색해 하신다"며 "또 신부와 평신도는 사목 동반자라는 신념이 강해서 주교가 나서지 않아도 될 일은 신부와 사목회장들에게 과감하게 위임한다"고 말했다.
 황 주교가 "부끄러우니까 그 얘기는 그만하자"며 손사래를 치는 대목이 하나 있다. 2005년 안식년 기간에 한 달 동안 주위 사람들 몰래 택시운전을 한 것이다. 교회 울타리 너머 세상 사람들 속에 깊숙이 들어가보고 싶어 자청한 '체험! 삶의 현장'이었다.

▨ 아름드리 당산나무 닮아
그는 외형보다 내용을 중시한다. 그는 이틀에 한 번 꼴로 교구청 뒤에 있는 황령산에 오를 만큼 등산을 좋아한다. 등산에 재미가 붙으면 값비싼 의류장비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지만 등산화 한 켤레가 없다. 교구청에서 일하다 신발만 운동화로 갈아신고 나와 물 한병 사들고 올라간다. 한 측근이 기능성 등산의류를 추천하자 "등산은 산과 운동화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선교사목국장 시절에 "교육도 좋지만 그 시간에 반원들을 돌보는 게 더 실속있을 것 같다"며 매월 열리는 구역반장 교육을 연 2회로 축소했다. 본당사목 시절에는 여성들이 저녁미사 후 청소하려고 남으면 "하느님은 이 시간에 여러분이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을 더 좋아하실 것 같다"며 돌려보냈을 정도다.
 성소국장 주영돈 신부는 "혹자는 시쳇말로 '튀는' 면이 있다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주교님의 그런 삶의 철학이나 자세가 주위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주교님 권위는 스스로 낮추고 비우는 데서 나온다"고 말했다.
 신학교 동기 노영찬(부산 성모병원 행정부원장) 신부는 그를 농촌마을 입구에 서 있는 아름드리 '당산(堂山)나무'에 비유했다. 당산나무는 주민들과 애환을 함께하는 마을 수호신 같은 존재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모여드는 쉼터요, 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놀이터다. 마을에 우환이 생기면 그 앞에서 제를 지내기도 한다.
 노 신부는 "태생이 '밀양 촌사람'인 그는 성실하고 소탈해 평소 선후배 사제를 비롯해 교구민들 신뢰가 두터웠다"며 "특히 교구장직을 대행하면서 보여준 따뜻한 리더십에 많은 신자들이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가난한 농사꾼으로 살아온 황상준(도미니꼬, 87)씨와 곽복조(골룸바, 81)씨 사이에서 4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모는 나이가 들어 농사에서 손을 뗐지만 지금도 고향을 지키고 있다.

▨ 가난한 농사꾼 아들로 태어나
 그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신앙생활을 해온 부모로부터 신앙을 물려받았다. 학교와 성당밖에 모르는 조용한 소년이었던 그는 본당 수녀가 신학교 입학을 권유하자 "예"하고 대답했다. 신학교 동기생들은 "자신에게는 철저했지만 상대에게는 한없이 양보하고 내어주는 신학생이었다"고 말한다.
그의 사제생활 모토는 '하느님의 힘은 십자가에서 비롯된다'(1코린 1, 18-19)이다. 주교로 임명을 받고나서는 '그리스도, 하느님의 힘'(1코린 1, 24)이라는 사도 바오로 말씀을 사목표어로 정했다.
 그는 "교구장직은 더 큰 십자가이지만 그 십자가에서 나오는 하느님의 힘을 믿기에 두렵지 않다"며 "주님의 십자가는 봉사ㆍ희생ㆍ사랑을 통해 완성된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교구청에서 함께 일한 임형락(당감본당 부주임) 신부는 "주교님은 교구장직을 대행하는 동안 단순하고 소박한 리더십을 보여주셨다"며 "특히 형식적인 것을 피하고, 신자들 위주로 일하라는 당부를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교구 설정 50주년 경축 신앙대회를 본당별 행사로 변경하고, 예상 소요경비를 지역사회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약       력

성   명 : 황철수(黃哲洙) HWANG Cheol-soo
세례명 : 바오로 Paul

1953.  4. 15                     경남 밀양 출생
1969.  2. 25.                    대구 선목 중학교 졸업
1972.  2. 25.                    대구 대건 고등학교 졸업
1979.  9.                           대건 신학대학 대학원(현 광주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재학 중 독일 유학
1982. 10. 18.                   독일 아이히슈태트 잉골슈타트(Eichstatt-Ingolstadt) 가톨릭 대학교 신학 석사
1983.  2.  5.                     사제 수품
1983.  2. - 1984. 12.       망미 본당 보좌신부
1984. 12. - 1987.  1.       망미 본당 주임신부
1987.  1. - 1991.  1.        주례 본당 주임신부
1991.  2. - 1994.  2.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
1994.  2. - 1996.  2.         전하 본당 주임신부
1996.  2. - 1997.  1.         메리놀병원 관리부장
1997.  2. - 2000.  2.         토현 본당 주임신부
2000.  2. - 2002.  1.         부산교구 선교사목국장
2001.  2. - 2002.  1.         부산교구 사무처장 대리(겸임)
2002.  1. - 2004. 10.        부산교구 사무처장
2004. 10. - 2005. 10.        안식년
2005. 10. - 2006.  1.        성가정 본당 주임신부
2006. 1. 17.                       부산교구 보좌주교에 임명
2007. 6. 1. - 2007. 11.21.부산교구장 직무 대행
2007.10.17. -                     현재  주교회의 성직주교위원회 위원
2007.10.17. -                    현재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2007.11.21.                      부산교구장에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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