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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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만남지에 우리 신부님께서는 '거울' 을 말씀하셨다.
이는 사순절을 맞이하는 우리들이 각자 내면 성찰을 철저히 해서 "자신의 모습이 도대체 어느정도인지 알기나하고 하늘을 쳐다 봅시다" 정도의 의미가 담긴 목자로서 양떼를 향한 질책이요 절절한 당부일 터이다.

그렇다, 해마다 재의 수요일 날 이마에 '재' 를 받을때마다 이번에야 말로 무언가 한가지는 하느님뜻에 맞는 그 무엇을 실행해 보리라 다짐했지만, 번번히 용두사미로 끝나는게 나의 신앙생활의 본 모습임을 숨길수 없다.

올해에도 예외없이 그 타성에 젖은대로 사순절을 맞이 하였으며, 마침 본당 피정이 있다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피정 끝나고는 이왕 떠난김에 Ostsee로 가서 몇 밤 묵으며 생선도 좀 먹고 올 계획을 세우고 그야말로 휘파람불며 나선 피정 참석이었다.

그런데, 제1강의 '회심' 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않아 나는 점점 심한 자괴감과 죄책감에 빠지기 시작하였으며, 저 양반이 이미 서울에서 나를 텔레파시 거울로 비추어 보고 나에게만 촛점을 맞추어 강의 준비를 해 왔나 싶을 정도로 '나' 를 발가벗기고 있었다.

중간 찬양 "~ 예수여, 이 죄인도 용서 받을 수 있나요.~"
소절을 부를 때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였다.

일찌기 고향을 떠나, 온 생을 외국에서 보내고 있는 우리들, 또 생을 이곳에서 마감해야 하는 우리들은 그 자체로서 이미 씻을 수 없는 상처들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할 것이다. 그것이 '설움' 이고 '한' 이요 또한 이것이 우리들의 '운명'일 수도 있을터이다.

좁은 교민 사회, 그 안에 더 작게 형성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사랑보다는 상처를 더 많이 주고 받으며 살아온 우리들.

그날 나는 나의 내면 깊숙히 침전 되어있는 죄의 조각들,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준 것 들이 내 안에 '옹이' 로 박혀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어 주님앞에 널어 놓고 성령으로 인하여 표백되어지길 간절히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기위에서 피흘리시며 하신기도,"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루가23,34)"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세운 '그들' 까지도 용서해 달라고 성부께 청하시는 예수님 앞에 우리는 과연 떳떳하게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크리스찬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는가!

저녁미사 기도에서 나는 주님의 앉을 자리 한 구석 마련해 드리지 못한 나의 얇은 가슴을 자책 하였으며, 나의 굳은 마음, 이기심, 나의 기준, 판단이 주님을 내 안에서 밀어낸 것에 대한 용서를 빌고, 나에게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생소한 자유와 평화의 세계를 볼 수 있도록 주님께 은총을 간구 하였다.

둘째날, 제대에 둘러앉아 영혼을 울리는 찬양과 선율에 잠겨 묵상하는 시간,안수가 시작되자 여기 저기서 울음이 터지기 시작하였다. 성령께서 우리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시고 치유해 주심일 것이다. 또 우리들을 용서 하심일 것이다.

이 순간 나도 나에게 상처준 사람을 용서하고, 나에게 상처 받은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화살에 묶어 간절한 마음으로 띄어 보내고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던 이번 피정길이 뜻하지 않게 裸身으로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들여다 본 성찰, 참회의 길이 되었다. 하느님의 섭리앞에 인간은 한치 앞도 내다 볼수 없는 미물일 뿐이다.

한국에서는 여러 방면의 피정의 기회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우리들에게는 이런 피정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이런 피정이 일년에 한번 쯤 계속되었으면 참 좋겠다 생각해 본다. 조금밖에 남지 않은 '인생의 두루마리' 가 언제 다 풀려버릴지 그 누가 알겠는가!

좋은 강의와 영혼을 울리는 찬양과 선율을 가지고 멀리 서울에서 이곳까지 찾아주신 이동훈님,최순례님, 또 브레멘 전인선님의 반주, 익명의 바이올린의 선율 이 모두가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감사 드린다. 또 이 피정을 성사시키는데 마음 고생을 많이 하신 성령기도회 정명옥 회장님,허채열 본당 회장님, 특히 맛있는 국밥, 음료등 부족함없이 뒷바라지 해주신 기도회 회원님들의 노고에 고개 숙인다. 또 개인적으로 포근한 잠자리 제공해주신 김영란님,송욱자님께도 이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

비비댈 본당, 비비댈 큰 집이 있다는 것은 역시 행복이다.
                                                                                  최한우 (바오로) 오스나부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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