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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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다른 이들이 싫어하는 모든 걸 사랑하라고


또한 다른 이들이 헐뜯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라고.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랑받는 사람까지도 고귀하게 만든다는 걸


내 영혼은 보여주었네.



 


예전에는 사랑이
가까이에 피어난 두 꽃 사이의 거미줄과 같았네.


그러나 이제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는 후광(後光)
지금까지 있어온 모든 것을 감싸고
앞으로 있을 모든 것을 에워싼 채
영원히 빛날 후광과도 같다네.




 


 


2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형태와 색채 뒤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라고


또한 추해보이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보일 때까지


잘 살펴보라고.



 


내 영혼이 이렇게 충고하기 전에는
아름다움을
연기기둥 사이에서 흔들리는 횃불과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연기는 사라져 없어지고
불타고 있는 모습만을 볼 뿐이라네.




 


 


3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혀끝도 목청도 아닌 곳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그 날 이전에는 나의 귀가 둔하여
크고 우렁찬 소리밖에는 듣지 못했네.


그러나 이제 침묵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으니
시간과 우주를 찬송하며
영원의 비밀을 드러내는 침묵의 합창을 듣는다네.




 


 


4


내 영혼이 나에게 말했네


잔에 따를 수도 없고


손에 들 수도


입술로 느낄 수도 없는 포도주로


나의 갈증을 풀라고.



 


그 날까지 나의 갈증은
샘에서 솟아난 한 모금으로도 쉬이 꺼지는
잿불 속의 희미한 불씨였네.


허나 이제 나의 강한 동경(憧憬)은
하나의 잔이 되었고
사랑이 나의 포도주로
그리고 외로움은 나의 즐거움으로 변하였다네.




 


 


5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보라고.



우리가 매달려 온 것은


우리가 갈망하는 것들이었음을


내 영혼은 보여주었네.



 


예전에 나는, 겨울에는 따스함으로
여름에는 서늘한 미풍으로 만족했으나


이제 내 손가락들이 안개처럼 되어
붙잡았던 모든 것들을 떨어뜨려
보이지 않는 나의 갈망들을 뒤섞어버리려 하네.




 


 


6


내 영혼이 나를 초대했네


뿌리도 줄기도 꽃도 없는 보이지 않는 나무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예전에 나는 정원에서 향기를 찾았었고
향긋한 풀잎이 담긴 항아리와 향기로운 그릇에서
그걸 찾았었네.


그러나 이제 타버리지 않는 향기만을 느낄 수 있네.



지구의 모든 정원과 우주의 모든 바람보다도


더욱 향기로운 공기를 숨쉬고 있네.




 


 


7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미지의 것이 나를 부를 때


"나는 따르겠다." 대답하라고.



 


지금까지는 시장에서 외치는 목소리에만 대답해왔고
잘 닦여진 길로만 다녔었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깨달음을 한 마리 말로 삼아
미지의 것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또한 길은 그 험한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놓인
사닥다리가 되었다네.




 


 


8


내 영혼이 나에게 시간을 헤아리라고 훈계했네


"어제가 있었고, 또 내일이 있을 것이다." 말하면서


 


그 때까지 나는
과거란 단지 잃어버린 채 잊혀질 시대라고 생각했었고
미래란 내가 얻을 수 없는 시대라고 여겨왔었네.



 


이제는 이것을 배웠다네.
덧없는 현실 속에서도 모든 시간이란
시간 속에 있는 모든 것과 더불어
언젠가는 얻어지는 것이며
마침내는 실현되리라는 것을.




 


 


9


내 영혼이 나에게 말하였네


"여기에, 저기에, 또 너머에."라는 단어들에 의해


나의 자리가 한정될 수 없다는 것을.



 


지금까지 나는 언덕 위에 서 있었고
다른 모든 언덕들이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졌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서 있는 언덕이
실로 모든 언덕이기도 하다는 것과
내려가는 이 골짜기도
모든 골짜기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네.




 


 


10


내 영혼이 충고했네


다른 이들이 자고 있을 때 깨어서 보고


그들이 깨어 있을 때 베개를 찾아 나서라고.



 


내 생애 동안 나는 그들의 꿈을 알아보지 못했고
그들 역시 내게 그러했었네


그러나 이제, 낮에는 내 꿈 속을 날아다니고


사람들이 자는 밤에는 그들이 자유로움을 보며


그들의 자유를 함께 누리게 되었네.




 


 


11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지나친 칭찬에 우쭐해 하지도 말고


비난받았다고 괴로워하지도 말라고.



 


예전에는 내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의심했었지만


이제 이것을 배웠다네.
나무는 칭찬이나 두려움, 부끄러움이 없이도
봄이면 꽃 피고
여름에 열매 맺고
가을에는 잎을 떨구고
겨울에는 홀로 앙상해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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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 2005.06.26 22:48
    너무 긴 내용이지요?? 그래도 긴 시간동안 자신의 맘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듯 싶어서요..

    지난 두달동안 함부크 성당에서 여러 형제,자매님들의 도움으로 잘 지내다 낼 아니.. 오늘 비행기로 한국으로 갑니다.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하구요.. 메일로 나마~ 인사 드립니다.. 다음에 또 ~~

    추신 : 신부님 은경식 축카드려요..
  • ?
    남궁춘배 2005.06.27 13:10
    오실때처럼 가실때도 조용히 가셨군요.
    어디를 가시든 하느님께서 항시 자매님과 함께 하시어 보람되고 즐거운 삶이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 ?
    레아.. 2005.07.02 21:49
    글 넘 좋네요..~어디서 이런 글 나셨는지....넘 좋네요..
    이거 퍼갈순 없을까요?
  • ?
    엘리 2005.07.04 10:04
    이멜주시면 제가 보내드릴께요...
  • ?
    레아 2005.07.05 10:10
    감사합니다....
    제 에멜은요..

    yoojisoolea@hotmail.com입니다.

  • ?
    김영란 2005.07.20 13:47
    아마 절 잘 모를거예요.
    전 주일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엘리사벳입니다.
    함께 미사보고 했엇는데 서로 얼굴도 잘 모르고 헤어졌네요.
    하지만 글이 너무 좋고 음악까지....
    저의 이멜주소로 좀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김영란 2005.07.20 13:49
    이멜주소 깜빡했어요
    kimyr08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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